뮤직비디오가 아주 열심히, 많이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으로 정신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들려만 주는 장소도 있었지만,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장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삐리때가 딱 그러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잘 틀어주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여자도, 술도, 담배도 몰랐던 시절의 유일하게 설레임을 주었던 장소중 하나였습니다. 평일에는 집에서 라디오로 빌보드 팝챠트를 들으며 공부하는 척하고, 주말에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던 그곳엘 가서 최신 팝뮤직비디오랄지 락뮤직비디오를 보는게 그렇게 재미가 있었습니다. 넬슨이라는 팀도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뭐 우리나라 미사리 밴드처럼 미국 어느어느 7080 클럽들을 돌며 쇼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데뷔앨뱀 이후로 원래 락밴드를 하고 싶진 않으셨는지 데뷔앨범 이후로 자꾸 컨츄리와 팝음악쪽으로 빠지시는 듯하더니 결국 소식의 끊을 놓쳐버렸습니다만 어쨌든 데뷔앨범의 저 감동은 어린 시절 고삐리 다이고로에게 설레임 범벅이었습니다. 지금 들었다면 "에이~뭐 어쩌라구~휙~" 식의 심드렁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때의 저 꽃미남 쌍둥이 밴드의 "After the Rain"이라는 곡이 어찌나 좋던지 이 곡만 듣고 있으면 제가 마치 당시 유행하고, 인기높았던 청춘드라마물이나 청춘영화물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좋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90년대 초반의 저런 락밴드들에게는 그런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대책없이 밝고, 유쾌한 청춘드라마나 청춘영화의 주인공같은 천성, 켈리포니아 비치의 비키니 이쁜이 언니들의 속살을 태연하고 천진난만하게 달구는 태양같은("그저 태워드리기만 할께요. 만지지는 않는다구~") 그런 대책없이 밝은 천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난 밝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도 밝게 부르고, 슬픔도 밝게 부르고, 뭘 해도 원래 밝은 성격을 타고난 친구같은 느낌. 그래서 8-90년대 딱 저 무렵의 밴드들을 참 좋아합니다. (Hair-Metal 밴드들이라고도 하던데 재밌는 지칭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밝은 사운드가 좋습니다. 억지로 진지한 척, 어두운 척의 척척범벅~ 칙칙진지~ 사운드는 오래 듣지못합니다. 이것 역시 저의 천성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 지겹도록 읽으셨을 머틀리 크루라는 밴드이후로 꾸준한 정을 주고있는 -Avenged Sevenfold 라는 밴드도 꽤나 관심을 주었던 편이었으나, 도대체가 머틀리크루 워너비라는 느낌말고는 호감이 생기질 않더군요.- 문신 범벅에, 딱 봐도 양이치티컬한 태도와 "닥치고 들으시라니까요, 인생 롹큰롤입니다." 의 스트레이트함을 들이밀고 현역으로 활발하게 지금도 활동하고 계신 이 밴드는 바로 벅체리(Buckcherry) 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밴드의 보컬인 Josh Todd의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롹큰롤밴드 전용 유틸리티(!) 보컬같은 특유의 "나는 양아!(치) 나는 탕아!" 스크림의 이런 걸죽하고, 질펀한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나 뭐 80년대까지야 이런 밴드가 참 많아서 즐거웠습니다만 요즘 같은 경우야 정말 아무리 귀를 쫑긋 새우고 검색을 해봐도 참 찾기 힘든 음악을 하는 밴드인건 사실입니다. 라이센스 발매되는데로 많은 사람이 듣는데로 같이 따라가며 들어오다가 어느정도의 호감의 기준선을 만들어 버린 나이가 되어서는 확실히 남들이 좋아하는, 남들이 많이 좋아하는 음악들에 대한 동감(同感)은 작아지고, 독감(獨感)이랄지, 직감(直感)이 자연스럽게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것도 부러웠고, 저것도 부러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남들의 시선따라가느라 헉헉댔던 저의 20대의 케릭터 형성기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이제는 체력적으로야 북경오리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많이 안타깝지만...) 30대가 되고나니까 20대때 좋아했던 음악처럼 남들따라 휩쓸려 가지않는 호감의 기준선이 분명해져가고, 저의 케릭터가 확실해져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뿌옇게 안개낀 아침 같았던 20대를 지나, 맑게 갠 오전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런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안그래도 안팔리는 게 요즘의 음반들이지만 '그래 다 뭐 그렇겠지 이제는 어쩔 수 없겠지' 식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체념(?)을 먹고 있다가 전에 사지 못했던 앨범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조우를 하게 될때의 뜬금없는 반가움은 역시나 십년 넘게 음악을 좋아해온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굉장한 쾌감입니다. 오래된 일기장을 간만에 펴보았는데 페이지 사이로 십만원짜리 수표를 발견한 기분!!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저 앨범은 정말 2009년 2월 그런 뜬금없는 반가움으로 제 뒤통수를 후려갈긴 앨범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사지 못해 고생한 자네들을 위해 내가 조금 인심을 더 써보았네 식의 DELUXE Edition 패키지!!!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를 시키자 키스 에머슨 할아버지의 비가개면 나타나는~♬ 일곱색깔 무지개~♬ 형형색색 팔색조 뿅뿅뿅 키보드 사운드가 한잔, 두잔 마실때마다 점점 몸속의 피와 함께 섞여돌아 들어가는 기분좋은 취기처럼 즐거운 현란함을 머리속에 팽팽~돌게합니다.


이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제서야 결국 구입하게 된 이 놀라운 앨범에 대한 제 머리속 감동을 가치로 매긴다면 경매가격을 부르는 것처럼 앞으로 계속 올라갈것입니다. 들을 때마다 즐거울 것이고, 들을때마다 사길 잘 했다는 호감도는 계속 올라갈것 입니다. 내가 산 앨범에 대한 가치는 그렇게 더욱 내 자신에게 인정을 받을것입니다. 몇십만원을 넘어간다는, 시원찮은 희소성빼고는 도대체가 그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요즘 희귀앨범 -물론 그렇지 않은 앨범들이 더 많은것을 알고 있습니다- 들에 관한 붐들이나 몇만원까지 올라갔다더라의 관심들은 그래서 멀리서 보기에 안타까워 보입니다. 내가 산 앨범의 가치는 나만이 매길 수 있을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껏 이 앨범, 저 앨범을 좋아하며, 사오며, 좋고, 싫음에 대한 범위가 혹은 경계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싫은 음악도, 별로인 음악도 언젠가 좋아지게 되면 어쩔건데? 사람의 사랑의 감정의 미래는 알수없는거라구...라고 호불호 판정을 향해 엿이나 좀쳐드셈 썩소를 수시로 날려왔던 편이었습니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음악 듣는 감성에도 지조를 지킬리는 없다라는 판단으로 이 장르, 저 장르, 이 연대, 저 연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껄덕 거려왔습니다...좋기도 했고, 더 좋기도 했고, 감이 안오기도 했고, 감이 언제올지 감감무소식인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음악' 이라는 걸 듣는게 좋았습니다. '왜 이런 걸 좋아하세요?','와-이런 것도 좋아하세요?' 등등의 질문에 대한 제 마음속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뭐..난 음악을 듣는게 좋다고요, 아무 이유 없다니까요...' 라고 말입니다.


...만 제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역시나 롸악큰로울입니다. 머틀리 크루의 '닥터 필굿'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청각적인 최초의 오르가즘의 첫 경험을 잊을 수가 없기에, 뭐 '첫 경험'을 나눈 '첫 사랑' 을 잊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보자면 제 '첫 경험'의 제 '첫 사랑'은 멋진 장발의 락커들이 신나게 롸악큰롤을 연주하는 (그 당시의) 모든 것들이었습니다. 무조건 신나야 했으며, 무조건 힘차게 스트레이트 해야했으며, 무조건 양아치티컬한 태도가 철철 흘러넘쳐야 했습니다. 단 3가지 조건 뿐이었습니다. 그럼? 통과!





당시의 스티브 스티븐슨이라는 기타리스트는 무조건 날 신나게 만들어주는 롸악큰롤 기타리스트라면 무조건 통과통과통과였던 그 무렵, 이런저런 신나는 음악들때문에 제 가랑이에 꿀물이 철철흘렀던 타이밍에 제대로 만난 기타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염병할우라질씹쳐먹을!!! 라이센스로는 눈씻고 봐도, 빌리 아이돌 베스트 앨범밖에 구해서 들을 수 밖에 없어서 자기자지 고추가 바지 왼쪽으로 쏠렸던, 오른쪽으로 쏠렸던 신경쓰지 않고 가볍게, 가뿐하게 수입 앨범으로 쫄지않고 쉽게쉽게 질러댔던 친구를 통해 사진속의 저 앨범을 빌려 듣게 되었습니다. 듣고난 반응은? 오씨발! 사고싶다...


몇주전 이웃 블로거 Bonjo 님의 블로그를 보는 순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의 오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잡(=사)고 말겠어!' 그리고 주변 사이트를 통해 검문에 들어가던중 며칠만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저 CD를 검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잡혀서 좀 김이 새긴 했지만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키는 순간 십년넘게 팬티를 안갈아입다가 새 팬티로 갈아 입었을 때 같은 말도 못할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학원 수업도 받아야 하고, 저질카툰도 더 그리고 싶고, 사고 싶은 CD, 보고 싶은 만화책,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들, 하고 싶은 게임들, 틈만 나면 마시고 싶은 술, 꾸준히 해줘야 하는 운동들, 그리고 하루 반나절 넘게 사무실안에서 엎어치고 메쳐야하는 회사업무 등등에... 와글와글 10남매를 키우는 생계형 가장같은, 물 안마시고 미숫가루를 목구멍에 계속 쳐넣는듯한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몸이 열개면 좋겠다씨발!)... 그럴때 한창 좋아했던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의 앨범들을 플레이 시킵니다. 아, 답 나옵니다. 지치고 힘들땐 절 기분좋게 만들면 됩니다. 음악으로 그렇게 한다면 단연코 저는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입니다. 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당시의 멋쟁이 양아치들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나름 생각하는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의, 좋아하는 앨범들은 대체로 이러했습니다. 한음도 듣다 놓치기 아까울정도로 똘망똘망하게, 또렷또렷하게, 재치있는 리듬감으로 치는 기타리스트의 앨범은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당시 그러니까 94년 당시 (맙소사, 15년전이군...) 들었던 블루스 사라시노의 저 앨범을 처음 들었을때의 기분도 그러했습니다. 뭐...이를테면 그런 시대였습니다. 8-90년대는 어지간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어지간한 솔로는 할줄 알아야 하며, 어지간한 기타리스트는 어지간하면 솔로앨범을 발표해주는게 만드는 사람이던, 파는 사람이던, 그걸 사는 사람이던 굉장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던 시대....


그때 나왔던 (어지간한) 기타리스트들의 어지간한 솔로 앨범들중에 하나인 앨범이었지만, 저 앨범은 요즘도 꾸준히 빼서 듣는 편입니다. 저 앨범을 신나게 듣고난 한참후에 Poison 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오호~그것참 괜찮은 소식이군요! Poison의 앨범이 참 기대됩니다'라고 들떴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Poison 베스트 앨범의 보너스 트랙의 신곡 달랑 1곡 참여하고 스톱된 슬픔은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실려나? 8-90년대 초반까지 여름밤 시골하늘의 쏟아질듯 수많은 별들처럼 낭만적이고, 설레게 만들었던 기타 히어로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얼할까? 궁금합니다. 다시 한번 훌륭한 밴드속 훌륭한 기타리스트의 훌륭한 기타솔로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훌륭한 밴드를 만나는 것, 훌륭한 밴드의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만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훌륭한 밴드속 훌륭한 기타리스트의 훌륭한 기타 솔로는 왜 이렇게 갈수록 듣기 어려운 걸까요?









봄에 (주로) 딸기가 나오고, 여름에 (주로) 수박이 나오듯, 계절 과일처럼 제 머리속에서도 계절음반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러합니다. 12월에는 Opeth가 제철이며, 1월에는 Jethro Tull이 제맛이고, 2월에는 카멜의 앨범이 아주 맛있지...몇년째 어김없이 이런 괴상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괴상하게도 프로그레시브쪽의 음악들은 겨울에 들으면 집중이 잘되는 이상한 습관입니다. 이것저것 아무리 둘러봐도 당췌 설레일게 없는 계절때문에 가라앉은 심리상태가 음악듣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발전하는게 아닌가 하는 맘데로 상상입니다.


이 밴드의 Andrew Latimer 씨의 기타 소리는 아주 추운 겨울날 내 주머니로(당연히 지 주머니도 있을텐데...) 손을 쏙 넣는 연인의 손같습니다. 내안으로 들어온 타인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이 앨범만 듣고있노라면 어디가 됬던 얼마나 남았던 마냥 어딘가로 뽁뽁 눈을 밟으며 몇 시간이라도 걸어갈수 있을것 같은 청력(聽力)과 체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십자수나 뜨개질을 해본적은 없지만 왠지 이 앨범만 들으면서 할 수 있다면 목도리, 스웨터 두어개나 쿠션 열댓개는 웃으면서 다 만들어버릴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장점에 낄낄거리고, 자뻑할때야 세상고민 없이 즐겁고 좋지만 단점에 한심해지고, 답답해 질때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어디부터 문제일까? 이게 왜 나에게 문제가 되어서 나를 갉아먹는(듯한) 느낌이 드는걸까? 해는 저물었는데도 계속 밭을 갈아라고 채찍질을 하는 농부형님만큼이나, 해는 저물었는데도 숙영지를 정하지 않고 계속 행군을 제촉하는 (얄미워 죽여버리고 싶은) 소대장만큼이나 제 자신이, 제 자신의 단점을 가지고 쉼없이 닥달을 하는 날이 있습니다. 난 왜이럴까 Problem.


끊임없이 내 일(Work)과 내일(Tomorrow)을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내가 나보고 뭔가를 하라고, 그 뭔가를 왜 빨리 하지 않냐고 재촉하고 겁을 줍니다. 가만히 있으면 얼어죽으니까 쉼없이 움직이라고 제 몸을 흔드는 북극탐험대장같습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계속 움직여야 하고, 계속 무언가를 걱정해야 합니다. 계속 어떻게, 뭘로 먹고 살지 걱정을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면 걱정도 팔자가 아니라, 걱정도 한계가 오기 시작합니다. 사는 게 지치고, 걱정하는 게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이씨발, 나보고 어쩌라구!"


그럴 때! 저는 칼라 블레이의 저 앨범을 듣습니다. 나던 눈물도 눈(雪)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곡인 'Lawns'라는 곡을 들으며 머리속이 소복소복 하얘집니다. 눈오는 창밖을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듯이 그런 몰입감이 귓속에 소복소복 내립니다. 차츰 머리속에서 토닥거립니다. '어이 이보게 그러지 말고, 잠시 좀 멍-해져보지 그래....'. 집에 들어와 방안의 아무 불도 켜지 않고 이 앨범을 들으며 사놓은 캔맥주를 홀짝거립니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앨범을 PLAY시키고, 제 자신을 STOP 시켜놓습니다.

















2년이 지났고, 또 다시 봄이 오고 있고, 엄마 보고 싶고...보드카레인의 신보도 딱 거의 2년만에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 역시 운좋게 홍보CD를 얻게 되었고, 공짜CD 특유의 부담없는 당당함(!)으로 부담없이 -라는 말은 내 돈주고 산 CD가 아니니의 철저히 이기적인 감성으로...- 들어보았습니다만 내 돈주고 산 CD처럼, 혹은 낯 안가리는 정말 귀여운 여자 아기의 아장아장 돌진처럼 제 가슴에 확 안겼습니다. 포옥~


좋다는 느낌. 특히나 어떤 음악을 듣고 좋다는 느낌을 되도록이면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뜬금없는 예를 들어서 호감을 표현하는걸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보드카레인의 이번 앨범은 겨울 내내 기다리다가 야구장을 처음가서 좁디 좁은 출입구를 지나 뻥 뚫린, 넓디 넓은 야구장 잔디밭을 쳐다볼때의 눈알이 찢어질것 같은 어질어질한 공간감 만큼이나 반갑고 좋습니다. 2집이라 식상해 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 팀은 아직도 이 이름을 걸고 할 말(音)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그분요? 저희(My) 이모(Aunt) 메리(Mary)에요!" 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을것 같은 '마이 언트 메리'를 잇는 이 나라 모던락의 아주 괜찮은 조카 한명 나왔습니다. 검정치마와 함께 올 한 해 툭하면(?) 신경쓰며 들어볼 것 같은 괜찮은(혹은 더 괜찮을) 팀의 괜찮은(혹은 더 괜찮을)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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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께 이 앨범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제 데이빗 포스터의 앨범을 들으면서, 보면서 머리속에 들었던 생각은 '음...내일은 퀸시존스의 앨범을 들어야겠어...' 였습니다.  백인 대중음악의 거장의 앨범을 들으니 '가만, 흑인 대중음악의 거장도 있었잖아...'의 전염된 욕구였습니다. 이 앨범 역시 퀸시 존스의 훌륭한 음악적 창작물에 날개를 달아준, 혹은 날개를 달게 된 아티스트들의 합집합 앨범입니다. 퀸시존스 작품집(게다가 무려 2CD)!!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음...지금 막 사귈려고 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까요?" 라고 물어본다면 "글쎄요...조금 생각해봐야 할것 같습니다만 바로 대답을 해드려야 한다면 낮에는 데이빗 포스터의 베스트 앨범이구요, 밤에는 퀸시 존스의 이 앨범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랑이 좀 더디면 어때? 사랑이 떠났으면 좀 어때? 사랑스러운 음악을 들을때의 (왠지) 사랑받고 있는 듯한, 사랑하고 있는 듯한 상상은 로맨틱한 앨범을 들을 때의 최고의 매력입니다.












라디오를 음악 듣는 것만큼이나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오후2시부터 거의 매일듣는 CBS 라디오 채널 '한동준의 FM POPS'에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바로 저 앨범! 저거 받고 싶어요. 라고 썼더니 저걸 보내주셨습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지게 만드는, 참으로 너무나 스트레이트하게 뒤통수 후려치는 일상의 감동...


전 알켈리가 좋아요~브라이언 맥나잇도 최고죠~ 라고 나불거리는 소를 모는 목동 가수들과 전 소울음악을 하죠. 흑인음악이 좋아요 제 음악의 뿌리죠~ 라고 진지하지만 (제가 보기엔) 멍청한 표정으로 잘 나불거리는 친구들은 이 앨범을 반가워 해줘야 할겁니다. 구하기도 듣기도 쉽지않은 6-70년대 샘쿡, 제임스 브라운, 알 그린, 오티스레딩, 커티스 메이필드등 소울 대부들의 소울 명곡들을 SEAL이 한장에 너무나 맛있게 잘 모아놨으니까요. 게다가 프로듀서를 맡은 데이빗 포스터 특유의 개념깔끔편곡이 70년대 텁텁한 LP 소울 사운드의 맛을 담백하게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팬티속 속살까지 얼어버릴 정도로 냉철하고 자비가 없는 추위가 아침부터 짜증나게 했습니다만 사무실에서 이 앨범을 틀어놓으니 대가리속으로 찐한 핫쵸코를 들이 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뇌속으로 퍼지는 따뜻하고 맛있는 핫쵸코~ SEAL의 이 앨범이 그랬습니다.














어라라 음감회를 해본지가 언제더라...98년인가...해보고 (맙소사) 십년만에 음감회라는 모임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십년만에 음감회라는 모임을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CD를 틀고 CD로 음악을 듣는다는 분위기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음악동호회 활동을 한적이 있었지만 CD동호회라고는 볼수 없는 음악동호회 혹은 음원(!)동호회였던 당시의 대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모든점이 용서가 되었고 음원의 공유가 당연시 되었던 당시의 음악동호회와는 달리 이번에 다녀온 씨블모라는 모음은 음악을 좋아했던 가장 순수했던 마음의 당시의 출발점과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이날 모임은 너무 좋았습니다.


이 모임의 또 다른 재미있는 매력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음반 경탈(!!!-경매+렌탈)  시스템이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혹은 음감회 감상용으로 가져온 앨범을 다른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빌려갈수 + 빌려줄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빌려듣고 싶은 회원이 1명이상이면 가위바위보 방식을 통해 경탈(아..난 표현이 이거밖에 안되는걸까...)로 낙찰(!!!)을 하여 다른 회원에게 CD를 빌려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빌려듣게된 앨범은 Jurassic 5의 앨범과 Polaris의 앨범 두장이었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것만 사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에 호기심만 있었을뿐 사기에는 망설여졌던 앨범들이 이날 씨블모라는 모임을 통해 앞으로는 꽤나 풀수 있을것 같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만들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다른 회원분들에게 그런 욕구를 불러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억으로 90년대 후반에는 정말 엄-청난 (양의) 흑인음악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힙합도 그렇고 리듬엔블루스쪽도 그렇고 정말 하루에 한타이틀씩 라이센스 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엄청난 흑인음악의 홍수였는데 아마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흑인들의 그네나라 대중음악 장르 점령의 시발점이 이때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도 나불거리고 싶을정도입니다.


힙합음악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리듬엔블루스 이쪽도 참 당시에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여성동지들을 꼬시는데 너무나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비트도 그렇고, (당시로선) 세련된 최첨단의 편곡도 그렇고, 어영부영 브레지어 후크까지 풀어버릴 정도로 숙련된 플레이보이의 손길같이 능숙하며 부드러운 흑인특유의 리듬엔블루스 창법까지 로맨틱의 극치였기 때문입니다. 여성동지 꼬시는데 주로 좋아했던 헤비메틀 앨범을 틀어놓고 꼬신다면 어느 온전한 정신의 여성동지가 넘어가겠습니까?


이딴 식으로 좋아지게된 리듬엔블루스였지만 딱히 꼬실려는 마음을 먹지 않고 혼자 듣더라도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감성이 충만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저 에릭베넷의 앨범이 그런 앨범중 하나였습니다. 스팅아저씨가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앨범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곡 구성의 치밀함이 느껴지고, 지적인 리듬엔블루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수록했을까 싶은 TOTO의 "Georgy Porgy"와 KANSAS의 "Dust In The Wind" 라는 (무려) 두곡의 커버곡까지 있습니다만 더스트인더윈드는 앨범 후반부에 배치된점도 그렇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토토의 죠지포지는 나와바리 싸움까다가 돌아가신 Notorious BIG의 와이프였던 Faith Evans 와 반 듀엣으로 부르는데 어지간한 흑인포르노 배우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만 정말 예쁜 흑인포르노 배우를 보는듯한 섹시한 스릴감의 청각적 감동이 넘칩니다.


이무렵 이후로 21세기에 등장한 흑인음악들에 관해서는 요즘 원더걸스니 소시Gee처럼 후크송이 대세다고 나불대는것처럼 단순한 후크 뺑뺑돌리고 에이요에이요 나불나불거리는 랩앨범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정(情)줄을 놓아버렸습니다만 확실히 90년대 후반 저 무렵의 흑인음악들은 참 좋은 앨범들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훌륭한 편곡에 훌륭한 보컬실력을 가진 블랙보이, 블랙걸 리듬엔블루스의 최전성기가 아니었나 나불나불거려봅니다.






















다이고로의 올해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준 앨범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로 이 포스팅을 마련했습니다...한 해동안 다이고로에게 설레임과 청각적인 오르가즘을 주었던 아래의 10개의 앨범에게 다이고로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아래의 앨범들의 선정기준은 철저히 다이고로의 주관적인 감정에 좌지우지 된것임을 밝혀드리며, 2008년에 발매된 신보만을 꼽은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다시 한번 수상하신 것(-_-)에 대해 다이고로측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11.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좋은 앨범은 분명히 좋은 앨범이고, 들어서 좋은 앨범은 분명히 들으면 좋다...는 심심할 정도로 당연한 이 바닥 삶의 진리(...)를 이 앨범은 태연하게 보여줬습니다. 한번 샀으니 정붙여서 좋을때까지 플레이를 시키는 한평생의 정(情)이 아니라 한번 지나가면서 들어도 "어?뭐야?이거씨발?" 뒤돌아보게 되고, 관심을 (당연히) 낚아채는 예쁜 여자같은 앨범입니다. 아, 박보영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박보영같은 앨범...흠.




12. 스웨터 "Highlights"

여전한 동해안 7번국도의 감성처럼 탁트인 스웨터의 앨범, 이아립씨의 수평선같은 목소리~




14. 올드맨스 차일드 "In Defiance Of Existence"

이웃블로거 Silentman (a.k.a 히치하이커) 님에게 선물받았던 앨범이었습니다. 야근 좋아하는 사람 없으시겠지만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킨날은 내일해도 되는 일을 굳이 남아서 하겠다고 괴상하게 우기며 야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믿을수 없게도이 앨범을 들으면서 일을 더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악마에 씌였나봅니다. 저를 야근하게 만든 마력(魔力)을 사정없이 내뿜었던 아주 나쁜(^^) 앨범이었습니다.




15. 갈레리우스 "One For All - All For One"

라우드니스 이후로 뭥미?로 일관했던 쪽바리 메틀밴드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사정없이 머나 먼곳으로 강간-관광을 보내버린 뉴웨이브오브재팬헤비메탈 쇼크였습니다. 이 밴드역시 이웃블로거 Pablo 님에게 소개를 받았습니다. 원래 남에게 소개받는 음악 오기로 정을 주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밴드는 담배꽁초 하나로 산 몇개를 태워먹는 산불처럼 제 감정의 호감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화르르~ 불을 토하는 기타, 브레이크 맛가버린 속도감...선배 헤비메틀 밴드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개념있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헤비메틀에 대한 반가움이었습니다.





16. 버브 "Forth"

버브의 (어?정말? 휘둥그래?) 새 앨범 소식을 듣고 제 눈에 들어온 자켓은 정말 멋지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음악인가요?" "버브입니다..." "어떤 스타일인가요?" "버브입니다..." 라고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며 딴곳을 쳐다보며 건성건성 말하는 듯한 심드렁한 당당함. 이 자켓을 볼때의 느낌이 그랬고 앨범을 듣고나서도 그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아시스의 새 앨범은 전 그들이 뭘하고 싶은건지 당췌 캐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버브의 간만에 나온 이 앨범은 무엇보다도 버브 특유의 '심드렁한 당당함' 이 여전히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17. 킬러스 "Day & Age"

3년전부터 올해의 앨범을 10장씩만 뽑아오다가 올해는 20장을 뽑게된 이유가 바로 뜬금업이 최근에 신보가 나와서 듣게된 "Verve"의 새 앨범과 이 앨범 때문이었습니다. 나이키 CF에 삽입된 음악으로도 유명하던데 원래 나이키 CF 음악만을 제작하던 사람들이 팀을 만들어서 나왔다고 개구라를 쳐도 "아...그렇군요...어쩐지 그럴것도 같네요...흐음..." 식으로 끄덕일만한 에너지넘치고, 세련되고, 희망찬(!) 나이키(!!) 사운드의 감동이었습니다. 안그래도 80년대 팝송에 대해 대책없이 무한한 애정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댄서블한 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의 첨가는 절 더더더 맛가게 만들었습니다.





18. 존 메이어 "Where The Light Is"

돈도 벌만큼 벌었을테고, 명예도 얻을만큼 얻었을테고 '자, 난 이제 한번 뒤돌아 숨을 골라보겠어...'의 의미가 느껴지는 라이브 앨범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른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의 한바탕 나잘난 쇼의 흥분도 공감되지만 그의 새 앨범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의 개념을 과연 어디다 둘까하는 기대감때문입니다. 콜드플레이 전철(...)을 밟는 개념으로 가게될지, 선배 블루스 뮤지션들의 전철을 밟는 개념으로 가게될지 저는 몹시 궁금합니다. 팝스타와 뮤지션 사이의 외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너무나도 재치있게 왔다갔다하는 이 청년의 개념의 다음 정착지가 몹시 궁금합니다.




20. 마스볼타 "The Bedlam in Goliath"

전에도 말한적있는 마스볼타 사운드의 매력은 다른 장르의 음악 CD들을 동시에 한번에 플레이 시키고 듣고있는 듯한 아햏햏 사운드인것 같다고 나불댄적이 있습니다. 불멸의 음악의 개념을 찾기위해 안드로메다로 은하철도 999호를 타고 떠난 21세기 히피같다는 생각입니다. 혹은 음악밖에 못하고, 음악밖에 모르는 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지션이 시간여행을 미래로 왔다가 되돌아가지 못해 한을 토하는 분노가 느껴집니다. 선배 뮤지션들에게나 봤을법한 이 치열하고 집요한 음악에 대한 아날로그 느낌의 집착이 이 밴드의 앨범을 제가 계속 사게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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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다이고로가 뽑은 올해의 앨범 20 Part.1 보기


2007년 다이고로가 뽑은 올해의 앨범 10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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