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게 그 당시에는 'Sex Action'이라는 곡을 뮤직비디오로 하도 지겹게 봐서, 아우 이제 좀 CD좀 사고 싶은데의 투정을 부려봤었습니다만 냉정하고도, 당연하게도 '대단히 노골적인 제목'때문에 이 밴드의 'Sex Action'이라는 곡이 들어간 데뷔앨범은 당시 참 구하기 어려웠었습니다. 그리고 참 다행스럽게도 2집인 'Cooked & Loaded' 라는 저 앨범이 라이센스 되었을때는 뒤돌아보지 않고 사버렸었습니다. 제 고삐리 시절의 음악투수 선발진은 당연히 머틀리 크루가 1선발 에이스였다면, LA Guns는 한 4선발쯤 됬던것 같습니다...(음...그렇다면 주전포수는 파나소닉 워크맨정도 되겠군..니가 참 고생이 많았다..)


아무튼, 에니웨이 당시 꽤나 건스앤 로지스라는 밴드와 (당연하게도) 비교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양키 특유의 흙냄새 폴폴 풍기는 하드락과 양아치필 충만한 롹큰롤 사운드의 차이도 있었을테고, 액슬로즈의 보컬이 발정난 살쾡이톤이었면, 이 밴드의 필립 루이스의 보컬은 퓨마가 "캬릉~!" 거리는 듯한 느낌같다며 혼자 낄낄거린 재미도 기억납니다. 흠... 물론 지금도 이 두 밴드의 데뷔 앨범중 건스앤로지스의 데뷔앨범에 더 미소를 보내는 편입니다만, 보컬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야옹야옹 거리는 액슬로즈보다는 (제 느낌입니다.ㅋ) 호탕하게 팡팡 내질러댔던 저 당시의 필립루이스의 목소리가  더 정이 갑니다. 


이 밴드를 재작년에 부산 락 페스티발에서 만나게 되었었는데, 이때는 폴 블랙이라는 친구가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더욱더 필립 루이스가 그리울 정도로 정말 처참한 실력에, 술과 약에 쩔은 정키같다는 느낌말고는 아무런 좋은 감정이 생기질 않았습니다. 듣기로는 기타리스트 트레이시 건스 VS 나머지 멤버로 대립이 되서 밴드 이름하나로 두 밴드가 활동을 하고 있다던데 마냥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형님들 이제 다들 나이도 있으실텐데 까칠한 성격 그만 접으시고, 유~해지셔서 원년멤버들로 공연이나 한번 더 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글쎄 하여간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앨범은 소녀시대의 저 앨범들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지난 주말 잠실로 야구를 보러가면서 차안에서도 들었으며(최고의 주말!!!), 압박감이 상당한 월요일 출근후에도 하루종일 들었습니다. 글쎄 이상하게 요즘은 주로 듣는 음악들이 귀에 잘 안들어오고, 샤방샤방한 날씨탓인지 샤방샤방한 처녀들의 팝필이 충만한 저 노래들에 자꾸 귀가 갑니다.  노래를 계속 들으며, 좋아지다보니 안 살수도 없는 노릇...향뮤직에 가서 세뱃돈받아 CD 한장 고르는데 3시간 걸렸었던 좆삐리 고삐리 어린 시절이후로 참 구입하는데 많은 망설임을 주었던 느낌마저 즐거웠(!)습니다.


좋으면 (싫은이유 한 가지도 생각나기 어렵지만) 좋은 이유 100개는 댈 수가 있고, 싫으면 (좋은 이유 한 가지도 생각나기 어렵지만) 싫은 이유 100개는 댈 수 있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느닷없이 소덕삼촌이 된듯한 당황스러운 감정은 저도 모르는 게 아닙니다만, 생각해보면 저의 중삐리, 고삐리 시절 올리비아 뉴튼존, 시나 이스턴, 데비 깁슨, 티파니(이 티파니는 그 티파니와는 동명이인-_-;) 그리고 최근의 스파이스걸스와 푸시켓돌스에 설레였던 그 시절 그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잘 만든 팝 음악, 거기에 예쁜 여자가 노래까지 예쁘게 불러준다면 저는 언제나 설레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뮤직비디오가 아주 열심히, 많이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으로 정신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들려만 주는 장소도 있었지만,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장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삐리때가 딱 그러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잘 틀어주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여자도, 술도, 담배도 몰랐던 시절의 유일하게 설레임을 주었던 장소중 하나였습니다. 평일에는 집에서 라디오로 빌보드 팝챠트를 들으며 공부하는 척하고, 주말에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던 그곳엘 가서 최신 팝뮤직비디오랄지 락뮤직비디오를 보는게 그렇게 재미가 있었습니다. 넬슨이라는 팀도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뭐 우리나라 미사리 밴드처럼 미국 어느어느 7080 클럽들을 돌며 쇼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데뷔앨뱀 이후로 원래 락밴드를 하고 싶진 않으셨는지 데뷔앨범 이후로 자꾸 컨츄리와 팝음악쪽으로 빠지시는 듯하더니 결국 소식의 끊을 놓쳐버렸습니다만 어쨌든 데뷔앨범의 저 감동은 어린 시절 고삐리 다이고로에게 설레임 범벅이었습니다. 지금 들었다면 "에이~뭐 어쩌라구~휙~" 식의 심드렁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때의 저 꽃미남 쌍둥이 밴드의 "After the Rain"이라는 곡이 어찌나 좋던지 이 곡만 듣고 있으면 제가 마치 당시 유행하고, 인기높았던 청춘드라마물이나 청춘영화물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좋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90년대 초반의 저런 락밴드들에게는 그런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대책없이 밝고, 유쾌한 청춘드라마나 청춘영화의 주인공같은 천성, 켈리포니아 비치의 비키니 이쁜이 언니들의 속살을 태연하고 천진난만하게 달구는 태양같은("그저 태워드리기만 할께요. 만지지는 않는다구~") 그런 대책없이 밝은 천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난 밝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도 밝게 부르고, 슬픔도 밝게 부르고, 뭘 해도 원래 밝은 성격을 타고난 친구같은 느낌. 그래서 8-90년대 딱 저 무렵의 밴드들을 참 좋아합니다. (Hair-Metal 밴드들이라고도 하던데 재밌는 지칭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밝은 사운드가 좋습니다. 억지로 진지한 척, 어두운 척의 척척범벅~ 칙칙진지~ 사운드는 오래 듣지못합니다. 이것 역시 저의 천성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 지겹도록 읽으셨을 머틀리 크루라는 밴드이후로 꾸준한 정을 주고있는 -Avenged Sevenfold 라는 밴드도 꽤나 관심을 주었던 편이었으나, 도대체가 머틀리크루 워너비라는 느낌말고는 호감이 생기질 않더군요.- 문신 범벅에, 딱 봐도 양이치티컬한 태도와 "닥치고 들으시라니까요, 인생 롹큰롤입니다." 의 스트레이트함을 들이밀고 현역으로 활발하게 지금도 활동하고 계신 이 밴드는 바로 벅체리(Buckcherry) 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밴드의 보컬인 Josh Todd의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롹큰롤밴드 전용 유틸리티(!) 보컬같은 특유의 "나는 양아!(치) 나는 탕아!" 스크림의 이런 걸죽하고, 질펀한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나 뭐 80년대까지야 이런 밴드가 참 많아서 즐거웠습니다만 요즘 같은 경우야 정말 아무리 귀를 쫑긋 새우고 검색을 해봐도 참 찾기 힘든 음악을 하는 밴드인건 사실입니다. 라이센스 발매되는데로 많은 사람이 듣는데로 같이 따라가며 들어오다가 어느정도의 호감의 기준선을 만들어 버린 나이가 되어서는 확실히 남들이 좋아하는, 남들이 많이 좋아하는 음악들에 대한 동감(同感)은 작아지고, 독감(獨感)이랄지, 직감(直感)이 자연스럽게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것도 부러웠고, 저것도 부러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남들의 시선따라가느라 헉헉댔던 저의 20대의 케릭터 형성기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이제는 체력적으로야 북경오리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많이 안타깝지만...) 30대가 되고나니까 20대때 좋아했던 음악처럼 남들따라 휩쓸려 가지않는 호감의 기준선이 분명해져가고, 저의 케릭터가 확실해져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뿌옇게 안개낀 아침 같았던 20대를 지나, 맑게 갠 오전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런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안그래도 안팔리는 게 요즘의 음반들이지만 '그래 다 뭐 그렇겠지 이제는 어쩔 수 없겠지' 식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체념(?)을 먹고 있다가 전에 사지 못했던 앨범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조우를 하게 될때의 뜬금없는 반가움은 역시나 십년 넘게 음악을 좋아해온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굉장한 쾌감입니다. 오래된 일기장을 간만에 펴보았는데 페이지 사이로 십만원짜리 수표를 발견한 기분!!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저 앨범은 정말 2009년 2월 그런 뜬금없는 반가움으로 제 뒤통수를 후려갈긴 앨범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사지 못해 고생한 자네들을 위해 내가 조금 인심을 더 써보았네 식의 DELUXE Edition 패키지!!!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를 시키자 키스 에머슨 할아버지의 비가개면 나타나는~♬ 일곱색깔 무지개~♬ 형형색색 팔색조 뿅뿅뿅 키보드 사운드가 한잔, 두잔 마실때마다 점점 몸속의 피와 함께 섞여돌아 들어가는 기분좋은 취기처럼 즐거운 현란함을 머리속에 팽팽~돌게합니다.


이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제서야 결국 구입하게 된 이 놀라운 앨범에 대한 제 머리속 감동을 가치로 매긴다면 경매가격을 부르는 것처럼 앞으로 계속 올라갈것입니다. 들을 때마다 즐거울 것이고, 들을때마다 사길 잘 했다는 호감도는 계속 올라갈것 입니다. 내가 산 앨범에 대한 가치는 그렇게 더욱 내 자신에게 인정을 받을것입니다. 몇십만원을 넘어간다는, 시원찮은 희소성빼고는 도대체가 그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요즘 희귀앨범 -물론 그렇지 않은 앨범들이 더 많은것을 알고 있습니다- 들에 관한 붐들이나 몇만원까지 올라갔다더라의 관심들은 그래서 멀리서 보기에 안타까워 보입니다. 내가 산 앨범의 가치는 나만이 매길 수 있을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껏 이 앨범, 저 앨범을 좋아하며, 사오며, 좋고, 싫음에 대한 범위가 혹은 경계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싫은 음악도, 별로인 음악도 언젠가 좋아지게 되면 어쩔건데? 사람의 사랑의 감정의 미래는 알수없는거라구...라고 호불호 판정을 향해 엿이나 좀쳐드셈 썩소를 수시로 날려왔던 편이었습니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음악 듣는 감성에도 지조를 지킬리는 없다라는 판단으로 이 장르, 저 장르, 이 연대, 저 연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껄덕 거려왔습니다...좋기도 했고, 더 좋기도 했고, 감이 안오기도 했고, 감이 언제올지 감감무소식인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음악' 이라는 걸 듣는게 좋았습니다. '왜 이런 걸 좋아하세요?','와-이런 것도 좋아하세요?' 등등의 질문에 대한 제 마음속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뭐..난 음악을 듣는게 좋다고요, 아무 이유 없다니까요...' 라고 말입니다.


...만 제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역시나 롸악큰로울입니다. 머틀리 크루의 '닥터 필굿'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청각적인 최초의 오르가즘의 첫 경험을 잊을 수가 없기에, 뭐 '첫 경험'을 나눈 '첫 사랑' 을 잊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보자면 제 '첫 경험'의 제 '첫 사랑'은 멋진 장발의 락커들이 신나게 롸악큰롤을 연주하는 (그 당시의) 모든 것들이었습니다. 무조건 신나야 했으며, 무조건 힘차게 스트레이트 해야했으며, 무조건 양아치티컬한 태도가 철철 흘러넘쳐야 했습니다. 단 3가지 조건 뿐이었습니다. 그럼? 통과!





당시의 스티브 스티븐슨이라는 기타리스트는 무조건 날 신나게 만들어주는 롸악큰롤 기타리스트라면 무조건 통과통과통과였던 그 무렵, 이런저런 신나는 음악들때문에 제 가랑이에 꿀물이 철철흘렀던 타이밍에 제대로 만난 기타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염병할우라질씹쳐먹을!!! 라이센스로는 눈씻고 봐도, 빌리 아이돌 베스트 앨범밖에 구해서 들을 수 밖에 없어서 자기자지 고추가 바지 왼쪽으로 쏠렸던, 오른쪽으로 쏠렸던 신경쓰지 않고 가볍게, 가뿐하게 수입 앨범으로 쫄지않고 쉽게쉽게 질러댔던 친구를 통해 사진속의 저 앨범을 빌려 듣게 되었습니다. 듣고난 반응은? 오씨발! 사고싶다...


몇주전 이웃 블로거 Bonjo 님의 블로그를 보는 순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의 오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잡(=사)고 말겠어!' 그리고 주변 사이트를 통해 검문에 들어가던중 며칠만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저 CD를 검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잡혀서 좀 김이 새긴 했지만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키는 순간 십년넘게 팬티를 안갈아입다가 새 팬티로 갈아 입었을 때 같은 말도 못할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학원 수업도 받아야 하고, 저질카툰도 더 그리고 싶고, 사고 싶은 CD, 보고 싶은 만화책,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들, 하고 싶은 게임들, 틈만 나면 마시고 싶은 술, 꾸준히 해줘야 하는 운동들, 그리고 하루 반나절 넘게 사무실안에서 엎어치고 메쳐야하는 회사업무 등등에... 와글와글 10남매를 키우는 생계형 가장같은, 물 안마시고 미숫가루를 목구멍에 계속 쳐넣는듯한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몸이 열개면 좋겠다씨발!)... 그럴때 한창 좋아했던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의 앨범들을 플레이 시킵니다. 아, 답 나옵니다. 지치고 힘들땐 절 기분좋게 만들면 됩니다. 음악으로 그렇게 한다면 단연코 저는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입니다. 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당시의 멋쟁이 양아치들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나름 생각하는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의, 좋아하는 앨범들은 대체로 이러했습니다. 한음도 듣다 놓치기 아까울정도로 똘망똘망하게, 또렷또렷하게, 재치있는 리듬감으로 치는 기타리스트의 앨범은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당시 그러니까 94년 당시 (맙소사, 15년전이군...) 들었던 블루스 사라시노의 저 앨범을 처음 들었을때의 기분도 그러했습니다. 뭐...이를테면 그런 시대였습니다. 8-90년대는 어지간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어지간한 솔로는 할줄 알아야 하며, 어지간한 기타리스트는 어지간하면 솔로앨범을 발표해주는게 만드는 사람이던, 파는 사람이던, 그걸 사는 사람이던 굉장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던 시대....


그때 나왔던 (어지간한) 기타리스트들의 어지간한 솔로 앨범들중에 하나인 앨범이었지만, 저 앨범은 요즘도 꾸준히 빼서 듣는 편입니다. 저 앨범을 신나게 듣고난 한참후에 Poison 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오호~그것참 괜찮은 소식이군요! Poison의 앨범이 참 기대됩니다'라고 들떴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Poison 베스트 앨범의 보너스 트랙의 신곡 달랑 1곡 참여하고 스톱된 슬픔은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실려나? 8-90년대 초반까지 여름밤 시골하늘의 쏟아질듯 수많은 별들처럼 낭만적이고, 설레게 만들었던 기타 히어로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얼할까? 궁금합니다. 다시 한번 훌륭한 밴드속 훌륭한 기타리스트의 훌륭한 기타솔로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훌륭한 밴드를 만나는 것, 훌륭한 밴드의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만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훌륭한 밴드속 훌륭한 기타리스트의 훌륭한 기타 솔로는 왜 이렇게 갈수록 듣기 어려운 걸까요?









봄에 (주로) 딸기가 나오고, 여름에 (주로) 수박이 나오듯, 계절 과일처럼 제 머리속에서도 계절음반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러합니다. 12월에는 Opeth가 제철이며, 1월에는 Jethro Tull이 제맛이고, 2월에는 카멜의 앨범이 아주 맛있지...몇년째 어김없이 이런 괴상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괴상하게도 프로그레시브쪽의 음악들은 겨울에 들으면 집중이 잘되는 이상한 습관입니다. 이것저것 아무리 둘러봐도 당췌 설레일게 없는 계절때문에 가라앉은 심리상태가 음악듣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발전하는게 아닌가 하는 맘데로 상상입니다.


이 밴드의 Andrew Latimer 씨의 기타 소리는 아주 추운 겨울날 내 주머니로(당연히 지 주머니도 있을텐데...) 손을 쏙 넣는 연인의 손같습니다. 내안으로 들어온 타인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이 앨범만 듣고있노라면 어디가 됬던 얼마나 남았던 마냥 어딘가로 뽁뽁 눈을 밟으며 몇 시간이라도 걸어갈수 있을것 같은 청력(聽力)과 체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십자수나 뜨개질을 해본적은 없지만 왠지 이 앨범만 들으면서 할 수 있다면 목도리, 스웨터 두어개나 쿠션 열댓개는 웃으면서 다 만들어버릴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장점에 낄낄거리고, 자뻑할때야 세상고민 없이 즐겁고 좋지만 단점에 한심해지고, 답답해 질때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어디부터 문제일까? 이게 왜 나에게 문제가 되어서 나를 갉아먹는(듯한) 느낌이 드는걸까? 해는 저물었는데도 계속 밭을 갈아라고 채찍질을 하는 농부형님만큼이나, 해는 저물었는데도 숙영지를 정하지 않고 계속 행군을 제촉하는 (얄미워 죽여버리고 싶은) 소대장만큼이나 제 자신이, 제 자신의 단점을 가지고 쉼없이 닥달을 하는 날이 있습니다. 난 왜이럴까 Problem.


끊임없이 내 일(Work)과 내일(Tomorrow)을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내가 나보고 뭔가를 하라고, 그 뭔가를 왜 빨리 하지 않냐고 재촉하고 겁을 줍니다. 가만히 있으면 얼어죽으니까 쉼없이 움직이라고 제 몸을 흔드는 북극탐험대장같습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계속 움직여야 하고, 계속 무언가를 걱정해야 합니다. 계속 어떻게, 뭘로 먹고 살지 걱정을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면 걱정도 팔자가 아니라, 걱정도 한계가 오기 시작합니다. 사는 게 지치고, 걱정하는 게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이씨발, 나보고 어쩌라구!"


그럴 때! 저는 칼라 블레이의 저 앨범을 듣습니다. 나던 눈물도 눈(雪)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곡인 'Lawns'라는 곡을 들으며 머리속이 소복소복 하얘집니다. 눈오는 창밖을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듯이 그런 몰입감이 귓속에 소복소복 내립니다. 차츰 머리속에서 토닥거립니다. '어이 이보게 그러지 말고, 잠시 좀 멍-해져보지 그래....'. 집에 들어와 방안의 아무 불도 켜지 않고 이 앨범을 들으며 사놓은 캔맥주를 홀짝거립니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앨범을 PLAY시키고, 제 자신을 STOP 시켜놓습니다.











2년이 지났고, 또 다시 봄이 오고 있고, 엄마 보고 싶고...보드카레인의 신보도 딱 거의 2년만에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 역시 운좋게 홍보CD를 얻게 되었고, 공짜CD 특유의 부담없는 당당함(!)으로 부담없이 -라는 말은 내 돈주고 산 CD가 아니니의 철저히 이기적인 감성으로...- 들어보았습니다만 내 돈주고 산 CD처럼, 혹은 낯 안가리는 정말 귀여운 여자 아기의 아장아장 돌진처럼 제 가슴에 확 안겼습니다. 포옥~


좋다는 느낌. 특히나 어떤 음악을 듣고 좋다는 느낌을 되도록이면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뜬금없는 예를 들어서 호감을 표현하는걸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보드카레인의 이번 앨범은 겨울 내내 기다리다가 야구장을 처음가서 좁디 좁은 출입구를 지나 뻥 뚫린, 넓디 넓은 야구장 잔디밭을 쳐다볼때의 눈알이 찢어질것 같은 어질어질한 공간감 만큼이나 반갑고 좋습니다. 2집이라 식상해 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 팀은 아직도 이 이름을 걸고 할 말(音)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그분요? 저희(My) 이모(Aunt) 메리(Mary)에요!" 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을것 같은 '마이 언트 메리'를 잇는 이 나라 모던락의 아주 괜찮은 조카 한명 나왔습니다. 검정치마와 함께 올 한 해 툭하면(?) 신경쓰며 들어볼 것 같은 괜찮은(혹은 더 괜찮을) 팀의 괜찮은(혹은 더 괜찮을)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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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께 이 앨범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제 데이빗 포스터의 앨범을 들으면서, 보면서 머리속에 들었던 생각은 '음...내일은 퀸시존스의 앨범을 들어야겠어...' 였습니다.  백인 대중음악의 거장의 앨범을 들으니 '가만, 흑인 대중음악의 거장도 있었잖아...'의 전염된 욕구였습니다. 이 앨범 역시 퀸시 존스의 훌륭한 음악적 창작물에 날개를 달아준, 혹은 날개를 달게 된 아티스트들의 합집합 앨범입니다. 퀸시존스 작품집(게다가 무려 2CD)!!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음...지금 막 사귈려고 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까요?" 라고 물어본다면 "글쎄요...조금 생각해봐야 할것 같습니다만 바로 대답을 해드려야 한다면 낮에는 데이빗 포스터의 베스트 앨범이구요, 밤에는 퀸시 존스의 이 앨범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랑이 좀 더디면 어때? 사랑이 떠났으면 좀 어때? 사랑스러운 음악을 들을때의 (왠지) 사랑받고 있는 듯한, 사랑하고 있는 듯한 상상은 로맨틱한 앨범을 들을 때의 최고의 매력입니다.







라디오를 음악 듣는 것만큼이나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오후2시부터 거의 매일듣는 CBS 라디오 채널 '한동준의 FM POPS'에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바로 저 앨범! 저거 받고 싶어요. 라고 썼더니 저걸 보내주셨습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지게 만드는, 참으로 너무나 스트레이트하게 뒤통수 후려치는 일상의 감동...


전 알켈리가 좋아요~브라이언 맥나잇도 최고죠~ 라고 나불거리는 소를 모는 목동 가수들과 전 소울음악을 하죠. 흑인음악이 좋아요 제 음악의 뿌리죠~ 라고 진지하지만 (제가 보기엔) 멍청한 표정으로 잘 나불거리는 친구들은 이 앨범을 반가워 해줘야 할겁니다. 구하기도 듣기도 쉽지않은 6-70년대 샘쿡, 제임스 브라운, 알 그린, 오티스레딩, 커티스 메이필드등 소울 대부들의 소울 명곡들을 SEAL이 한장에 너무나 맛있게 잘 모아놨으니까요. 게다가 프로듀서를 맡은 데이빗 포스터 특유의 개념깔끔편곡이 70년대 텁텁한 LP 소울 사운드의 맛을 담백하게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팬티속 속살까지 얼어버릴 정도로 냉철하고 자비가 없는 추위가 아침부터 짜증나게 했습니다만 사무실에서 이 앨범을 틀어놓으니 대가리속으로 찐한 핫쵸코를 들이 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뇌속으로 퍼지는 따뜻하고 맛있는 핫쵸코~ SEAL의 이 앨범이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기억으로 90년대 후반에는 정말 엄-청난 (양의) 흑인음악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힙합도 그렇고 리듬엔블루스쪽도 그렇고 정말 하루에 한타이틀씩 라이센스 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엄청난 흑인음악의 홍수였는데 아마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흑인들의 그네나라 대중음악 장르 점령의 시발점이 이때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도 나불거리고 싶을정도입니다.


힙합음악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리듬엔블루스 이쪽도 참 당시에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여성동지들을 꼬시는데 너무나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비트도 그렇고, (당시로선) 세련된 최첨단의 편곡도 그렇고, 어영부영 브레지어 후크까지 풀어버릴 정도로 숙련된 플레이보이의 손길같이 능숙하며 부드러운 흑인특유의 리듬엔블루스 창법까지 로맨틱의 극치였기 때문입니다. 여성동지 꼬시는데 주로 좋아했던 헤비메틀 앨범을 틀어놓고 꼬신다면 어느 온전한 정신의 여성동지가 넘어가겠습니까?


이딴 식으로 좋아지게된 리듬엔블루스였지만 딱히 꼬실려는 마음을 먹지 않고 혼자 듣더라도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감성이 충만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저 에릭베넷의 앨범이 그런 앨범중 하나였습니다. 스팅아저씨가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앨범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곡 구성의 치밀함이 느껴지고, 지적인 리듬엔블루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수록했을까 싶은 TOTO의 "Georgy Porgy"와 KANSAS의 "Dust In The Wind" 라는 (무려) 두곡의 커버곡까지 있습니다만 더스트인더윈드는 앨범 후반부에 배치된점도 그렇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토토의 죠지포지는 나와바리 싸움까다가 돌아가신 Notorious BIG의 와이프였던 Faith Evans 와 반 듀엣으로 부르는데 어지간한 흑인포르노 배우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만 정말 예쁜 흑인포르노 배우를 보는듯한 섹시한 스릴감의 청각적 감동이 넘칩니다.


이무렵 이후로 21세기에 등장한 흑인음악들에 관해서는 요즘 원더걸스니 소시Gee처럼 후크송이 대세다고 나불대는것처럼 단순한 후크 뺑뺑돌리고 에이요에이요 나불나불거리는 랩앨범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정(情)줄을 놓아버렸습니다만 확실히 90년대 후반 저 무렵의 흑인음악들은 참 좋은 앨범들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훌륭한 편곡에 훌륭한 보컬실력을 가진 블랙보이, 블랙걸 리듬엔블루스의 최전성기가 아니었나 나불나불거려봅니다.










간만에 랩소디의 앨범을 들고 나와서 듣는데 아주 귀에 착착 감깁니다.


랩소디 (였다가 지금은 오브 화이여까지 덧붙이신), 이 밴드는 당시 거의 유일하게 좋아했었던 유럽메틀밴드였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들어도 '헬로윈' 이라는 밴드에 감성이 당췌 발기가 되지 않아 유럽메틀밴드 감성 발기부전증이 아닌가 병원에도 찾아가 볼려고 했습니다만, 당시 미국밴드들에게는 왕성한 감성의 청욕(聽欲)을 느끼고 있었기때문에 내 감성의 발기는 이상없어! 라고 넘어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랩소디라는 밴드를 만났었는데 몇곡을 들으니 희안하게 발기가 되더군요.


마냥 달리는 사운드가 싫었고, 뭐 어쩌자는 의미인건지 알수없었던 초딩시절 동화책 삽화를 보는듯한 판타지풍의 자켓들이 유럽메틀밴드들에 관한 지루함을 느끼는 선입견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켓 뒷면들을 보면 멤버들도 대부분이 곱슬머리였고, 못생겼고, 패셔너블하지도 않았습니다. 막 MTV의 뮤직비디오에서 늘씬한 미녀들과 함께 나왔던 미국출신의 화려한 치장을 한 밴드들만 보다가 느꼈던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한심한) 실망감이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랩소디라는 밴드의 CD를 플레이 시켜보았는데 '어?뭐야? 그냥 또 달리는거야?' 지루함을 느낄무렵 툭하면 나왔던 클래시컬한 멜로디와, (가사를 모르지만 아무튼 뭔가) 비범하게 불러재끼는 보컬과, 비장감 넘치는 코러스가 좋았습니다. 뜬금없이 언제또 클래시컬한 편곡이 끼어드나 기다리며 듣는 재미가 참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무렵 만나게된 앙그라라는 밴드도 그렇게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제가 당시에 좋아했던 미국밴드들은 지금 온데간데 없고, 심지어는 음악활동이 아니라 괴상한 TV쇼나 하고 있고, 한심한 모습들을 꽤나 접하게 되어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이 잘 가지 않았던 유럽메틀밴드들은 (랩소디를 포함해서)지금도 변함없이 자기들의 음악을, 변함없는 구성으로, 변함없는 앨범 자켓으로, 변함없는 유럽시장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결같은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간 제가 유럽메틀밴드를 좋아하지 않았던 (참 한심했던)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음악도 상품이고, 그 상품을 만드는 밴드는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한결같은 상품성을 가지고 유럽시장에서 통하는 유럽메틀밴드의 상품성과 거기에 호응하는 유럽메틀시장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소비습관이 부럽습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때 머리속 띵~한 느낌의 알싸함이 아주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이런 날씨에 뜬금없이 러쉬의 저 앨범을 들고온건 정말 잘한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러쉬 트리뷰트 앨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당시에 정말 징그럽게 많이 나왔었던 90년대 트리뷰트 앨범들중 하나였습니다.


트리뷰트라는 단어때문에 한동안은 '왜 이렇게 뒈진 놈들이 많은거야?' 빈정거리기도 했지만 워낙 유행이다보니 나중에는 뭐 당연히 이 밴드는 왜 트리뷰트가 안나오지? 저 밴드도 왜 트리뷰트 앨범이 나왔는데... 식의 남의 밭에 배놔라 감놔라의 Wide-오지랖평론까지 홀로 나불거렸던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툭하면 열렸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드림팀! 올스타 경기(!)들을 참 많이 접할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참으로 희안한 트리뷰트 앨범들의 유행이었고, 배터지게 만날 수 있었던 이 무렵 뮤지션들의 툭하면 열렸던 동창회였습니다.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생각합니다. 명반이 훌륭한 뮤지션을 만들고, 다시 그 뮤지션이 훌륭한 명반을 만들고....지나고보면 다 추억인가? 참 좋았던 시절이었네요.







지금 사는 게 꼭 고등학교 생활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듭니다. 세대차이가 아니라 열대차이나는 고지식한 선생님과의 트러블, 그 선생님을 향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담아둔 이유없는 분노와 욕설. 지식을 전해주는 스승으로서의 분노가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유치하고, 한심한 제약만 해대고, 공감 안되고, 소통없는 통제로만 일관하는 자세를 향한 분노...


담임 한번 잘못만나서 1년 좆됬다고 친구들끼리 씨발거리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매일매일의 하교길이 요즘과 다를바 없는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럴수 있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증스럽고, 능글맞은 한심함에 치를 떨며 럭스의 앨범을 듣습니다.




'언제나 이 자리에서','우린 어디로 가는가','덤벼라 (이 미친 개씨발놈들아)' 를 너무 듣고 싶어서 1집을 구입할려고 했으나, 이미 떠난 버스, 죽은 자식 부랄이었습니다. 품절!! 아쉬운 나머지 라이브 앨범이라도 구입을 했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코드 처리는 왜 저렇게 한걸까요? 제작상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은데 말입니다.


다른 락 앨범이 담임 선생님의 미운 점에 대해 조목조목 집어보고, 불만을 얘기해주는 친구라고 친다면, 럭스의 이 앨범은 다짜고짜 앞뒤 안가리고 "아, 그 개씨발새끼?좆또니미!!!" 라고 욕부터 날려주는 후련함이 있는, 단순하지만 시원시원한 친구같습니다. 펑크의 그런 점이 참으로 사랑습니다. 럭스라는 밴드를 통해 간만에 펑크의 사랑스러움을 새삼 느낍니다.




참 돈에 관해 생각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월급의 절반이상을 CD를 사는데 집중했었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입니다. 10시 출근에 10시퇴근, 월 3회 휴무의 살인적인 근무조건!! 지금 하라고 하면 빠큐-니쓰팔라마를 날리겠지만 어렸던 당시에는 할만하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뭐 딱히 퇴근하고도 할일이 없고, 할일이 있어도 늦은시간이라 뭘 할수도 없고, 여가생활은 그저 CD플레이어에 새로 산 CD를 플레이 시키는 일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최일민이라는 기타리스트의 2번째 앨범도 이 무렵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핫뮤직이라는 잡지도 꽤나 정기적으로 사서 보는 편이었는데 우리나라에 괜춘한 기타리스트의 괜춘한 기타 앨범이 나온다는 정보를 여기서 알게되고는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뭐 괜찮다는 말만 들리면 지금처럼 인터넷의 바다로 뛰어들어 정보를 뜯어올수 없었으니 '좋단다=산다' 공식이었습니다. 사고나면 '좋던 나쁘던' 옛 어르신들처럼 한 평생 그냥 같이 사는 거였습니다. 지금처럼 Delete 라는 개념자체를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몇번 듣다 (오버질 좀 하자면) 거의 10년만에 최일민의 2집 앨범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멍-하니 방안의 CD장을 쳐다보다 멍-하니 CD들을 뒤적거리던중 "어?" 벼락치기 공부하고 태연하게 있다가 콧구멍에서 코피 쭉 흘러내린듯한 비명을 지르며 최일민의 2집 앨범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현석과 크래쉬라는 아티스트의 앨범이후로 간만에 느껴보는 "오,오,오,오,오" 였습니다. (오가 다섯개!)


CD를 사모았던 재미에 대해 새삼 다행스런 기분이 듭니다. 그때 만약 술퍼마시는 일과 사랑에 빠졌다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봤을때 뭐가 남았을까? 물론 어쨌든 은행통장 잔고의 금액은 뭘했던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었겠지만 추억을 다시 찾아볼수 있고, 만져볼수 있고, 들어볼 수 있는 저 존재에 대한 새삼스런 감동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합니다.


끝맺으며 최일민의 이 앨범에 관한 검색을 해봤는데 제 이웃블로거가 쓰신 리뷰 가 하나 있군요. 이 앨범의 드럼 프로그래밍 사운드에 관해 섭섭함을 저만 느낀게 아니었나봅니다.





1977년에 발매된 캔사스의 'Point Of No Return' 앨범을 메타복스라는 매장에서 사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라? 이 앨범이 왜 여기있지?' 의 예상못한 조우에서 오는 반가움때문에 중고음반 매장에서 음반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캔사스의 앨범이 딱 그러했습니다. 손이 덜덜 떨립니다. 계속 다른 CD를 구경하기가 꺼려집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는 앨범들이 또 나올수도 있는데....' 차마 그들을 보고도 무시하기란 남의 집앞에다가 갓 낳은 아기를 내려놓고, 초인종 띵동 누르고 흑흑흑~ 거리며 울면서 달리는 기분일겁니다.


가격은 써진데로 8,000원...옛날에 비하면 좀 비싸지 싶은 중고가격이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사겠냐 싶어서 구입을 했습니다. 앨범 상태는 한창 막 LP에서 CD화가 진행이 착착착 되가고 있었던 95년 무렵이어서 몹시나 조잡합니다. 자켓의 디자인 데이터를 직접 받아서 인쇄한게 아니라 그냥 CD인쇄물 자켓 그대로 스캐너로 떠서 돌려버린듯한 (눈아파서) 눈물없이 볼수없는 조악한 해상도에 씁쓸해집니다.




폰카가 안좋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봐도 수록곡을 전혀 인식할 수가 없는 인쇄상태가 당시의 열악한 CD 라이센스의 현실이 느껴져서 피식했습니다. 뭐 지금이야 이렇게 나오면 난리가 나겠지만 당시야 워낙 LP로 듣는 사람들이 CD로 듣는 사람들보다 많았기때문에 좀 슬렁슬렁 넘어가주는 느낌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격이 8,000원 일뿐이지 예상대로 플레이를 시키고 나오는 'Point Of No Return'의 감동은 저 부클렛의 펼친모습처럼 6배로 커지는 감동 혹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바이올린 이라는 악기가 이렇게 락밴드에서 멋지게 양념으로 들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팀이 있었나 싶습니다. 이 앨범, 정말 맛있습니다. 한번 사놓으면 상하지도 않고, 몇 억번을 먹어도 맛있는 음식...음악이 들어간 CD라는 음식의 매력에 새삼 존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이야 그냥그냥 티비 프로그램에서 입담좋은 아줌마로, 아줌마 수다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에서의 모습으로 살짝 독특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는 양희은 누나(나는 감히 누나로 부르고 싶습니다!) 이지만 아침이슬 활동과 미국 결혼생활 이후 돌아와 다시 발표한 1991 앨범부터의 그녀의 모습을 저는 기억하고 있기에 요즘의 티비속의 그녀의 모습을 보면 마냥 "히히, 저 아줌마 뭐야? 독특하네...낄낄낄..." 거리며 웃지만은 않습니다.


결혼만 하면 완벽하게 100% 아줌마화 되어버리고, 섬세한 감성은 삶의 기준에서 걸리적거릴뿐이다, 사는 게 다 막상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식의 태도와 대담(?)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한 티비 프로그램의 여성 출연자들속에서 (물론 그 출연자들이 나쁘다, 실망스럽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양희은 누나의 모습은 그녀가 그간 발효한 1991, 1995, 1997 앨범과 닮아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말그대로 성인가요. 성인들이 즐길수 있는 성인 감성의 가요...곤드레 만드레 취해버린 그런 성인가요가 아니라,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마시라고 말하는 성인가요가 아니라 '...산다는 것은 어디까지 가야지만 끝이 날지 모르고,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그리운 친구에게 / 양희은 1991 앨범중)' 의 감성도 훌륭한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 줄여말해 성인가요의 소스가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왜 들을 음악이 없는가? 나이를 먹으면 왜 다들 트로트 음악만을 듣(거나 해야하)는가? 나이를 먹으면 뭐던지 왁자지껄 해야하는가? 질펀해야하는가? 에 대한 이유없는 짜증('그따위로 나이를 쳐먹기 싫어!')에 큰 위로를 주었던 앨범이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늙어가고, 살아가는 건 아니란다...소중한 아줌마의 감성, 또 다른 성인의 감성이 담긴 성인가요 앨범이었습니다.




늦가을만 되면 걸리는 알레르기 비염처럼 김광석도 앓게(?) 되는데 이유는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처럼 단지 '그 계절이고, 그 시기이기때문에' 걸리는 것말고는 이유를 알수가 없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역시나 비염을 앓았듯이, 김광석도 앓았습니다.


98년인가 97년 무렵 각각 발매된 1CD '노래이야기'와 '인생이야기' 가 집에 (당연히) 있는줄 알고 찾아봤는데 예전의 제 동거인(=외삼촌) 과 결별을 하면서 그쪽으로 갔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기억이 나게 되었습니다. 아...이거 다시 사기가 굉장히 망설여지고 있었던 찰나에 이웃블로거 파블로님이 '난 별로던데, 그렇다면 너 가져라' 상(賞)으로 운좋게 다시 얻게된 2CD 합본 앨범입니다. (횽땡큐)




앨범구성은 예전의 1CD 구성에 비해 좋은 편입니다. 당시는 꼴랑 수록곡 소개만 있었던 것같은데 이 앨범에는 김광석의 프로필부터해서 각 수록곡의 김광석과 (알수없는) 누군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덤핑 상품으로 쌈마이 상품이 아닌가 찜찜했었는데 나름 성의있는 구성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적지않은 앨범을 발매한 김광석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두 장의 라이브 앨범에 가장 많은 정이 갑니다. 수록곡들 사이에 당시 공연에서 담담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김광석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그런 정이 조금 깍였(?)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마음속은 언제나 늦가을속에서만 노래부르다 살아간듯한 김광석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따뜻한 쓸쓸함'이 가장 정확히, 제대로 잘 묻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Manic Eden (Manic Eden / 1994)


한창 이 바닥에도 붐(붐섀키루병신 아님)이 많았던 시절 수퍼밴드의 붐이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댐 양키스(음 생각해보니 이 팀은 야구팀 뉴욕 양키스를 혹시 싫어했던건 아닐까 싶습니다.-_-), 배드 잉글리쉬...아 또 몇 팀 더 있었던 같은데 기억이 안납니다. 90년대야 뭐 얼터너티브 음악이 워낙 돈되는 대세음악으로 치고 나가니까 밥벌이에 밀린 선배팀들의 나름 흥미로운(?) 생존방식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뭐 팬으로서도 좋았습니다. 오래동안 봐오던 다른 밴드의 멤버들이 모여서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 앨범이 나왔다고 하니 당연히 설레였습니다.

 


루디사르조, 타미 알드릿지, 론영, 에드리안 반덴버그...80년대 한창 잘나가던 대기업 밴드("나, 여기 다녀~호훗~") 의 영업사원들이 회사(..)를 나와서 차린 메닉 에덴이라는 밴드가 그런 수퍼 밴드의 앨범중 하나였던 기억이 납니다. 전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특성상 이 앨범도 아마 헤비메틀 사운드일것이다라고 식상한 예상을 했었지만 CD를 플레이 시켜보니 70년대 하드락시대로 빠꾸시켜주는 느낌이 들어서 깜놀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야!


'언제나 노안' 토미 알드릿지 선생님의 맛있는 드럼도 너무 좋고, 그냥 헤비메럴 워리어인줄 알았던 에드리안 반덴버그 횽아의 연주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마, 이런 필(Feel) 도 토할줄 아셨군요! 의 감동이었습니다. 음..형도 역시 지미 헨드릭스 선생님을 신처럼 모셨구나의 느낌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수 없었습니다. 이 밴드에서 가장 궁금했던건 이 밴드의 보컬인 론영이라는 분입니다. 이 앨범으로 알게 됬지만 이 앨범이후로는 (소식을) 알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뮤지션들은 밴드가 망해도 3대가 간다는 말은 없지만(뭐야) 이렇게 저렇게 훌륭한 조합을 많이 했었던 수퍼밴드의 붐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딜가도 뭘해도 그 자신이 훌륭한 뮤지션이기 때문에 혹은 좋은 뮤지션이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믿음이 깔린 호기심으로 앨범을 기대했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90년대 이후 나온 밴드들의 뮤지션들의 이런 모습(=수퍼밴드의 조인)은 커녕 근황조차 알수없으니 씁쓸합니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보다는 역시 좋은 연주와 곡을 들려주는, 만드는 그런 뮤지션이 더 정이가고 그립고 그렇습니다. 








혹시 제 블로그에 댓글이 안 달리시는 분이 계신가요? 요즘 몇번 이런 일이 생겨서 확인해보니 저도 제 블로그에 댓글이 '관리자가 차단' 했다고 달수가 없다더군요;; 설정창을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서 아무튼 수정은 했습니다만 혹시나 '뭐야 내가 왜 차단 당한거지? 이 새끼뭐야?' 라고 오해를 (혹시나) 하신 분이 계셨다면 오해 푸셨으면 합니다.




한달도 더 된것같은 이웃블로거 focus 님이 선물해주신 CD를 아직까지도 (맙소사) 비닐도 뜯지도 않은채 여전히 멍하니 보고만 있었던 요즈음의 근황에 대한 쓸쓸한 핑계를 나불거려볼까 합니다. 돈이 없어서 모으고 모아서, 아니면 사고 싶은걸 다 사지 못하기에 CD 1장을 사면 기필코 본전을 뽑아버리겠다는 집요함이 있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사고 싶은 CD는 언제든지 (약간의 제한은 있겠지만 아무튼) 얼마든지 살 수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마냥 부럽기만 했을 모습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해...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CD를 사면 뭐해...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왜 들을 시간이 없느냐...밥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밥벌이를 무시하고 마냥 놀수만은 없는 뻔한 삶의 진리(?)앞에 당연히 소중한 취미는 2순위 청약 대기자로 밀립니다.


포스팅도 이번달 들어 2번째 포스팅인데 밥벌이에 정신이 없다보니 '이딴 돈도 안되는걸 뭐하러 내가 신경이 쓰이는거지?' 라는 짜증도 섞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다보니 밥벌이에 채여서 음악을 제대로 못듣는 제 꼬락서니가 또 짜증이 났습니다. 사고 싶은걸 마음데로 못샀지만 음악 듣기가 참 행복했었던 어린 시절, 사고 싶은걸 마음데로 살수 있지만 음악 듣기가 참 팍팍한 요즘...과연 어느쪽이 더 행복한 걸까요?





누군가가 약 1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때려 보라고 한다면 "아니 그걸 어떻게 합니까? 돈주는 것도 아니고..." 라고 말끝을 흐리겠지만 '요'무렵에 '이' CD를 주면서 그렇게 해보라고 한다면 저의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 그럼요, 문제될거 없습니다.당장 시작하죠." 


특히나 요즘 같은 괴상한 계절에는 정말 혼자 일하다가도 창밖을 보면서 혼자 멍때릴때가 많은데 이웃블로거가 추천해준 어쿠스틱 기타가 더욱 멍때리는데 기름을 붓고 말았습니다. 흠흠 거리다가 집을 나서면서 출근길에 '좋아, 오늘은 이걸로 멍때려보자' 단단히 맘먹고 가져온 앨범입니다. 박만식(aka. Pat Metheny)씨야 뭐 두말하면 "야그만해라다알어" 주변에서 야유 나오실분이고, 새삼 듣다보니 이 박만식씨와 협연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씨의 연주가 이웃집 고기굽는 냄새처럼 제 마음을 솔~솔 잘 흔들어 줍니다.


똘망똘망한 박만식씨의 어쿠스틱 기타 뒤에서 든든하게 뒤에서 둥가둥가 받쳐주고 있는 찰리 헤이든씨의 베이스가 참 좋습니다. 저절로 저 자켓속의 미주리 스카이가 그려집니다. 당시 뜬금없이 왠 어쿠스틱 앨범이야 식상하게~쳇....라고 나불거렸던 저의 가벼움에 대해 할머니 미소같은 인자함을 쏴주시는 사운드가 느껴집니다.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이 씨네마 천국 영화속의 두 남자(!) 처럼 좋습니다. 저절로 이 두 사람의 연주표정이 그려집니다.


아무 이유없이, 슬픈 일도 없이 요즘 그냥 멍때리고 있습니다. (아! 그래도 할 일은 합니다.-_-;) 그럴때 옆에서 "야 왜이래? 무슨 일이야? 얘길 해봐 얘기를! 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 자 털어놔봐" 라고 나불거리는 친구가 아니라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내 옆에 묵묵히 앉아서 아무말없이 있다가 내가 담배 있냐고 뜬금없이 물어보면 묵묵히 담배 한 까치 꺼내주는 그런 친구같은 앨범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CRASHZON.com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니, 독서의 계절이니 말이 살찐다, 하늘이 높다등등 나불댈거리가 많은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4계절중 가을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쓸쓸하게 만드는 (학창시절 유난히 잘 안씼고 다녔던 친구의 체육복이나 교련복을 빌렸을때처럼) 가을 특유의 냄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건강한 햇살이다 싶으면 어느새 오후가 되어버리고, 싱싱한 느낌은 잠시잠깐이고 점심먹고 숨좀 돌리면 어느새 불쌍한 바람이 외롭게 불어재낍니다. (어, 이런 표현 가을탄건가?) 


그럼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제 블로그에서 몇번이나 말한적 있는 '여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땀도 찍찍나고, TV속 드라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삼각관계처럼 드글드글한 모기와 바퀴벌레의 전성기 시즌이라 불쾌한 기분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만 여름 특유의 활력"(活力)을 좋아합니다. 해가 뜰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해가 져도 쉽사리 식지않는 (온도처럼) 살아있는 여름 특유의 활력을 좋아합니다. 땀이 좀 날지언정, 모기가 밤잠을 씨발거리며 설치게 만들지언정 이런 활력때문에 저는 여름을 가장 좋아합니다. 여름은 쓸쓸할 틈이 없습니다.


제가 주로 듣는 락음악이라는 것도 여름이라는 계절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도 주로 좋아하는 헤비메틀이라는 장르는 4계절중 여름과 가장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옆 평화의 공연에서 벌어진 락밴드들의 페스티발은 병신같은 계절에게 엿이나 먹어라고 락음악이 있는 곳, 그곳이 여름이라고 깃대를 꽂아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크래쉬와 블랙홀이 그러했습니다. 어느 무대건, 어떤 시간이건 자신들의 연주를, 자신들의 분위기로, 자신들의 톤으로 연주해내는 그들의 모습에 깊어가는 가을밤, 계절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흥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음악 해보고, 저 음악 깊이 없이 찔러보고 이게 최신이다! 이 놀 줄 모르는 관중들이여! 라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에서 '아 나는 좆나 멋져~!' 패션쇼 워킹하는 듯한 병신들의 공연도 어떻게 하다가 이 날 보게 되었습니다만 난 싫더라고요. 이 남자, 저 남자 혹은 저 여자, 이 여자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친구보면서 믿음이 안가듯이 장르에 대해서도 왔다갔다 하는 뮤지션 니 대가리(혹은 디스코그래피)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느냐? 라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밴드 이름 하나로 십년넘게 음악을 해오는 블랙홀이나 크래쉬같은 팀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팬층도, 수요층도, 공연층도 뭐 하나 두껍고 탄탄한 게 없는 이쪽 음악시장에서 계속 한 밴드로 음악을 해온다는 사실은 그 뮤지션들의 실력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 이상의 '무언가' 가 그 뮤지션의 가슴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절도 바뀌게 마련이고, 제가 좋아하는 여름도 지나가게 마련인데 이런 뮤지션들의 가슴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런 한결같은 '여름' 이 있기때문에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전 제가 일하는 사무실로 사무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한눈에 딱봐도) 음악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데뷔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신인(이하 K)이었습니다. 저의 상사와 저는 그분을 만나 앞으로의 진행계획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의 파트인 앨범 디자인에 관해 따로 다시 한번 만나 상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K는 다음에 저와 만날때는 자신이 원하는 앨범 디자인 컨셉의 앨범들을 가져오겠다 그랬으며 저는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K는 아래 앨범형식의 디자인 컨셉이었으면 좋겠다고 저에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좋아하는 앨범들이었습니다. 물론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이웃분들 역시 거의 저처럼 공감하실거라 생각이 들정도로 K가 가져온 앨범은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가져오신 앨범들이저도 참 좋아하는 앨범이네요." 저는 말했습니다. K는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더욱 신경써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혹은 시시하게 생각하는 음악의 앨범을 들고와서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부탁을 했다면 저역시 시시한 디자인을 할수밖에 없었을 의욕이었겠습니다만 상황은 다행스럽게도 정반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K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곡을 들으면서 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 들어봤습니다. 좋군요. 혹시 존 메이어의 1집앨범은 좋아하시지 않나요?" K의 답신은 "존(J) 메이어가 포함된 잭(J) 존슨, 제이슨(J) 므라즈...이 3J를 좋아합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역시나...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하다보니 더욱 K에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원래 제가 하는 방식은 최초 시안 3안 + 추가시안 2안으로 그안에서 조율과 진행을 합니다만, K님과는 그런 방식은 맞지 않을것 같군요. 수시로 K님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K님이 마음에 들때까지 깍고 다듬고 조율해봐야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앞서말한 "3J"와 K의 데모곡은 실컷 들으면서 작업 진행중입니다. 앨범이 나오게 되면 나름 활발한 프로모션을 이곳에서도 할 예정이니 훈훈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왜냐구요? 존 메이어 좋아한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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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자켓만으로 보았을때는 분명히 판테라라는 밴드의 'Vulgar Display Of Cowboys'는 100% 헤비메틀 앨범일것이다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밴드에 대한 지식은 다른 것없이 아주 단순하게도 (당시 일했었던 레코드샵에서) 손님들이 꾸준히 이 밴드를 사갔다는 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품성이 100% 다 벗고 보여드립니다! 의 호감도 100%만땅의 낚임질이었습니다. 알바비를 받아서 바로 판테라의 앨범을 사서 워크맨에 플레이를 시키고 1곡이 나오기전의 그 긴장감...그리고 나왔던 무시무시한 첫 곡의 기억..달팽이관을 도루코 면도기로 난도질 하는 듯한 그 청각적 충격!!! 좁병신 시에틀 그런지 밴드들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 나타난 수퍼히어로였습니다.


판테라는 제가 화가 날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중 하나였습니다. 군입대 영장을 받아놓고 무슨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감과 불안감에 화가 날때도 판테라였으며, 온통 시시한 음악들이 지 잘났다고 하늘하늘 거리는 꼬락서니에 화가 나서 죽탱이를 날리고 싶었을때도 판테라였습니다. 제대를 하고나서도 뭘로 먹고 살아야하나 대가리엔 똥만 찬 예비역 군인의 무기력감속 분노를 달래줬던 음악도 판테라였습니다. 그랬던 판테라가...


어제 프로야구 기아와 SK의 경기를 보면서 또 듣고 싶었습니다. 화가 많이 났습니다. 페어플레이도 없고, 파트너쉽도 없고, 무조건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의 살벌한 룰이 Why Not? 인 요즘 세상, 야구장에서도 그와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자 짜증이 나더군요. 물론 저같은 사람이야 음악 듣는 게 취미이고, 화가 나면 그 취미를 이용해서 화를 다스릴 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들 화를 푸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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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뭐야 이새끼?' 라는 표정을 짓던말던 단도직입적으로 저따위(...)로 말합니다. 반대로 그럼 어떤 음악을 싫어하세요? 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하죠...반대로 대답(..)을 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음악'을 저는 싫어합니다.


장르...라는 단어와 언제부터 헤어졌던걸까? 아마도 건더기없던 군대 똥국같이 희멀겠던 제 인생에 그나마 건더기...20대 시절의 레코드샵에서 일했을때의 그때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냠냠. 이 손님, 저 손님이 이 CD, 저 CD를 사가다보니 '쟤는 왜 저(런)걸 사갈까?' 의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뭐길래! 헤비메럴이 최고아닌가? 아무튼! 근 3년간 그 레코드샵에서 일하면서 얻은 소중한 저만의 감성은 장르를 떠나서 어쨌든 좋은 음악은 귀에 박히는거고, 장르를 떠나서 쓰레기는 어쨌든 쓰레기다...였습니다.


탱고음악의 마왕, 피아졸라 할아버지도 당시 그 무렵 그렇게 '뜬금없이' 알게 되었습니다. CD를 플레이어에 걸자마자 흘러나왔던 호러영화의 피칠갑 장면같은 온통 시뻘건 저녁노을처럼 비정(非情)한 비장미(美)~!!!! 오씨바!! 웨이러미닛!!! 일단 스톱시키고 얼른 집 근처 슈퍼를 가서 캔맥주 두어개 사들고 와서는 방안의 불을 다 끄고, 어둠속에서 멍하니 캔맥주만 홀짝거리며 그렇게 피아졸라 할아버지의 반도네온 연주를 들었습니다.


이후론 뻑하면 '난 뭐하는 놈인가?'의 내 자신에 대한 피로감이 들때면 꼭 방안에 불을 다 끄고 피아졸라 할아버지의 탱고음악을 들었습니다. 내 돈주고 내가 산 CD니까 내가 어떤식으로 듣던간에, 아무튼 위로받고 싶을 때는 불을 끄던, 켜던, 캔맥주를 까던말던,
히키코모리 오타쿠처럼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던말던, 아무튼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위로 받으면 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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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이 깨자마자 대가리에 총...아니 번개맞은 듯 '음...오늘은 지미 헨드릭스를 들어야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출근길에 지미 헨드릭스의 앨범을 들고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들은 앨범은 지미 선생님의 추모앨범 Stone Free 였습니다. 꾸리꾸리한 날씨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각하며 잘 듣고 있습니다. 앨범 전체에는 내가 좀 튀어보겠다 니쓰팔라마! 곤조는 보이지않고, 지미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크게 느껴지는 뮤지션들의 연주들이 담겨있습니다. (좀 식상한 말입니다만 진짜 이게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휀더 기타 특유의 냉면면발같은 찰랑찰랑한 기타톤을 너무나 멋지게 내고 있는 에릭크랩튼 선생님의 'Stone Free' 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스핀닥터스의 'Spanish Castle Magic'도 정말 훌륭합니다. 앨범 후반부에 가면 Belly 라는 팀의 'Are You Experienced?' 라는 곡과 (펄잼과 크리스코넬이 함께한 임기응변 작명식의) M.A.C.C라는 팀의 'Hey Baby' 라는 곡이 좀 시시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잘샀다는 느낌을 주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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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중반의 음악감상이 취미인 아저씨인 다이고로는 락음악은 전기기타다! 라고 단정지으며, 기타솔로가 없는 음악은 락음악이 아니다! 라고 지멋데로 자주 단정짓습니다. 기타 솔로가 없으면 밴드자체가 참 시시해보입니다. 개나 소나 다 락음악을 할 수 있지만, 개나 소나 다 감동을 줄수는 없습니다. 락음악 감상의 감동은 전기기타에 있고, 전기기타 연주감상의 꽃은 죽여주는 기타 솔로입니다. 왜 요즘은 죽여주는 밴드는 많은데, 죽여주는 솔로를 들려주는 기타리스트는 적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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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아서 조용한게 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방엔 TV를 틀어놓고, 작은 방엔 라디오를 틀어놓고...나중에 부모님이 오셔서는 전기세잔소리어택을 2단콤보로 얻어(쳐)맞은 적도 부지기수...


군대가서도 가장 힘들었던 던 것은 체력적인 스트레스는 2위였고, 1위가 음악을 못듣는 절대침묵의 상태였습니다. 처음에 입대를 해서는 환청이 들리더군요. 특히 각개전투훈련을 하며 이름없는 어느 산에서 좆뺑이칠때 제 귓속에서 환청으로 들렸던 Pantera 의 'Cemetry Gates'와 Vai 의 'Down Deep Into The Pain' 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역을 하고서는 음악과 바로 결혼이라도 한듯이 늘 붙어있을 수 있었습니다. 출근길에도 음악을 들으며, 출근해서도 음악을 들으며,퇴근길에서도 음악을 들으며, 내일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식의 음악과 미래를 꿈(..)꾸며...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사무실에도 다행스럽게도 (적당한 볼륨만 유지해주면) 원하는 음악을 마음데로 들으며 일할 수 있습니다.


음반회사니까 당연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사무실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을것이다...라는 상상을 혹시나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회사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 회사는 거의 동사무소 분위기와 다를바 없는 키보드 탁탁, 마우스 딸칵딸칵 소리만이 전부입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세상엔 좋은 음악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런 음악을 모르는 니네(다른 직원)들은 참 심심한 인생을 살겠구나...라고 제 멋대로 생각해버리는 적이 꽤 많습니다. 내 취미에 관한 대단히 건방지고도 재수없는 자부심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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