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밴드들을 보는 시선은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2명의 주인공 '요한 크라우저 II세' 가 (또 다른 자아인) 네기시 소이치를 향해 "찐따같은 음악을 하는 병신같은 자식들, 지옥에서 모조리 불타버려라! 고오오오~~" 같은 저주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음악을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늘상 꾸준한 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멜로딕 메틀이라는 장르역시 지금까지도 크게 정이 가는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거리감을 한번에 좁혀놓은 밴드를 알게 된건 2008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빈틈없이 한음한음 또박또박 너무나 정확하게 풀어내는 꼼꼼함이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노래도 좋고 그 노래에 나오는 기타 솔로도 좋았습니다. 어떤 곡의 기타 솔로까지 흥얼흥얼 거린달지 따라부르(!)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멜로디를 자신의 기타솔로에 잘 녹여내는 하이 테크니션. 갈네리우스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 Syu였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몇백년이 넘은 클래식 곡들을 연주하는 클래식 앨범들이 여전히 꾸준하게 팔리고,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큰 돈 벌기는 어려운 헤비메틀이라는 장르가 (잭 블랙의 말처럼) 뉴웨이브도 죽었고, 펑크도 죽었고, 얼터너티브도 죽었지만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훌륭한 '연주'가 주는 감동이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헤비메틀은 클래식 음악과 극한의 반대점에 위치하고 있(어 보이)지만, 클래식 음악처럼 '연주'가 주는 감성과 '연주력'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에 대중음악 장르로서 꾸준하게 살아남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헤비메틀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갈네리우스라는 팀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출신 밴드답게 CD 판매가격이 너무나 연예인급이어서 감히 만져보지도 못하다가 기적적으로 갈네리우스의 새 앨범이 국내에 라이센스화되어 발매가 되었습니다. 대형마트 폭탄세일 예고를 알게된 알뜰아줌마들이 폭탄세일 코너를 향해 돌진하는 기분처럼 눈깔 뒤집혀서 잽싸게 구입을 할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품절이 떠서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분위기는 좋아보입니다. 이전 앨범들도 라이센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타클로스가 되어서 (갈네리우스를 모르는) 헤비메틀 팬들의 머리맡마다 놔두고 오고 싶은 앨범입니다.





















다이고로의 올해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준 앨범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로 이 포스팅을 마련했습니다...한 해동안 다이고로에게 설레임과 청각적인 오르가즘을 주었던 아래의 10개의 앨범에게 다이고로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아래의 앨범들의 선정기준은 철저히 다이고로의 주관적인 감정에 좌지우지 된것임을 밝혀드리며, 2008년에 발매된 신보만을 꼽은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다시 한번 수상하신 것(-_-)에 대해 다이고로측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11. 브로콜리 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좋은 앨범은 분명히 좋은 앨범이고, 들어서 좋은 앨범은 분명히 들으면 좋다...는 심심할 정도로 당연한 이 바닥 삶의 진리(...)를 이 앨범은 태연하게 보여줬습니다. 한번 샀으니 정붙여서 좋을때까지 플레이를 시키는 한평생의 정(情)이 아니라 한번 지나가면서 들어도 "어?뭐야?이거씨발?" 뒤돌아보게 되고, 관심을 (당연히) 낚아채는 예쁜 여자같은 앨범입니다. 아, 박보영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박보영같은 앨범...흠.




12. 스웨터 "Highlights"

여전한 동해안 7번국도의 감성처럼 탁트인 스웨터의 앨범, 이아립씨의 수평선같은 목소리~




14. 올드맨스 차일드 "In Defiance Of Existence"

이웃블로거 Silentman (a.k.a 히치하이커) 님에게 선물받았던 앨범이었습니다. 야근 좋아하는 사람 없으시겠지만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킨날은 내일해도 되는 일을 굳이 남아서 하겠다고 괴상하게 우기며 야근했던 기억이 납니다. 믿을수 없게도이 앨범을 들으면서 일을 더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악마에 씌였나봅니다. 저를 야근하게 만든 마력(魔力)을 사정없이 내뿜었던 아주 나쁜(^^) 앨범이었습니다.




15. 갈레리우스 "One For All - All For One"

라우드니스 이후로 뭥미?로 일관했던 쪽바리 메틀밴드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사정없이 머나 먼곳으로 강간-관광을 보내버린 뉴웨이브오브재팬헤비메탈 쇼크였습니다. 이 밴드역시 이웃블로거 Pablo 님에게 소개를 받았습니다. 원래 남에게 소개받는 음악 오기로 정을 주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밴드는 담배꽁초 하나로 산 몇개를 태워먹는 산불처럼 제 감정의 호감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화르르~ 불을 토하는 기타, 브레이크 맛가버린 속도감...선배 헤비메틀 밴드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개념있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헤비메틀에 대한 반가움이었습니다.





16. 버브 "Forth"

버브의 (어?정말? 휘둥그래?) 새 앨범 소식을 듣고 제 눈에 들어온 자켓은 정말 멋지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음악인가요?" "버브입니다..." "어떤 스타일인가요?" "버브입니다..." 라고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며 딴곳을 쳐다보며 건성건성 말하는 듯한 심드렁한 당당함. 이 자켓을 볼때의 느낌이 그랬고 앨범을 듣고나서도 그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아시스의 새 앨범은 전 그들이 뭘하고 싶은건지 당췌 캐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버브의 간만에 나온 이 앨범은 무엇보다도 버브 특유의 '심드렁한 당당함' 이 여전히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17. 킬러스 "Day & Age"

3년전부터 올해의 앨범을 10장씩만 뽑아오다가 올해는 20장을 뽑게된 이유가 바로 뜬금업이 최근에 신보가 나와서 듣게된 "Verve"의 새 앨범과 이 앨범 때문이었습니다. 나이키 CF에 삽입된 음악으로도 유명하던데 원래 나이키 CF 음악만을 제작하던 사람들이 팀을 만들어서 나왔다고 개구라를 쳐도 "아...그렇군요...어쩐지 그럴것도 같네요...흐음..." 식으로 끄덕일만한 에너지넘치고, 세련되고, 희망찬(!) 나이키(!!) 사운드의 감동이었습니다. 안그래도 80년대 팝송에 대해 대책없이 무한한 애정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댄서블한 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의 첨가는 절 더더더 맛가게 만들었습니다.





18. 존 메이어 "Where The Light Is"

돈도 벌만큼 벌었을테고, 명예도 얻을만큼 얻었을테고 '자, 난 이제 한번 뒤돌아 숨을 골라보겠어...'의 의미가 느껴지는 라이브 앨범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른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의 한바탕 나잘난 쇼의 흥분도 공감되지만 그의 새 앨범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의 개념을 과연 어디다 둘까하는 기대감때문입니다. 콜드플레이 전철(...)을 밟는 개념으로 가게될지, 선배 블루스 뮤지션들의 전철을 밟는 개념으로 가게될지 저는 몹시 궁금합니다. 팝스타와 뮤지션 사이의 외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너무나도 재치있게 왔다갔다하는 이 청년의 개념의 다음 정착지가 몹시 궁금합니다.




20. 마스볼타 "The Bedlam in Goliath"

전에도 말한적있는 마스볼타 사운드의 매력은 다른 장르의 음악 CD들을 동시에 한번에 플레이 시키고 듣고있는 듯한 아햏햏 사운드인것 같다고 나불댄적이 있습니다. 불멸의 음악의 개념을 찾기위해 안드로메다로 은하철도 999호를 타고 떠난 21세기 히피같다는 생각입니다. 혹은 음악밖에 못하고, 음악밖에 모르는 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지션이 시간여행을 미래로 왔다가 되돌아가지 못해 한을 토하는 분노가 느껴집니다. 선배 뮤지션들에게나 봤을법한 이 치열하고 집요한 음악에 대한 아날로그 느낌의 집착이 이 밴드의 앨범을 제가 계속 사게되는 이유입니다.




---------------- BONUS TRACK -----------------



2008년 다이고로가 뽑은 올해의 앨범 20 Part.1 보기


2007년 다이고로가 뽑은 올해의 앨범 10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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