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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컨데 내가 음악을 선택한 것이었겠지만, 가끔은 음악이 나를 선택한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그 친근함과 인연에 대해서는 신기한 기분이 들때가 많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때까지 만해도 친구가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를 부르면 쑥스러워하며 '그런 노래는 어른들이 부르는건데...' 소심하게 중얼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어쩌다가 이 나이(...) 의 지금은 이 지경(...)이 된걸까....


중학교때 외삼촌이 레코드샵을 하셨었는데 틈틈히 가게를 봐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당연히 LP시대였기 때문에 좆만한 CD크기에 비해 몇배는 차이나는 LP를 보고 있자면 '음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처럼 '음악도 아무나 듣는게 아니야' 라는 경외감이 어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좆도 모르는 질풍노도의 시기였기 때문에 '뭔가 있어보인다 살펴보도록 하자' 의 호기심도 대단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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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럴 앨범에는 (뭐 요즘도 그렇지만) 나름의 패턴이 있었습니다. 트로트 가수가 자켓 전면에 지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박듯이, 헤비메럴 앨범은 각 밴드의 독특한 디자인의 로고가 전면에 박혀 있었으며 심상치 않은 일러스트랄지, 사악한 냄새가 이불속 방구냄새 처럼 스물스물 올라오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외삼촌의 레코드샵을 봐주면서 짬짬이 그렇게 그런 느낌이 나는 LP들만을 (집중적으로) 찾아보다가 만나게 된 앨범중 하나가 바로 Dokken의 "Beast From The East" 앨범이었습니다.


왜 좋아?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게 좋은거...도켄의 저 앨범도 그랬습니다. 그냥...외삼촌의 가게를 가끔 봐줄 때가 있으면 자주 도켄의 저 앨범을 듣게 되었습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LP도 힐끔힐끔 보면서, 더블LP앨범의 넓디넓은 자켓을 만지작 거리며 사진을 들여다보며 '와-씨발 멋있다..나도 이렇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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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 방식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돈 버는 것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우리는 다른 게 너무 많아서 사는 얘기를 하다보면 부딛칠 때도 있고, 이 새끼 뭔소리 하는거야..? 어이없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나랑 너무 다른 점이 많을것 같아 지래 겁을 먹거나, 쉽게 지치기도 합니다.


십년넘게 신라면이나 포르노처럼 한결같이 꾸준히(...) 음악도 듣다보니 친구도 저랑 비슷한 취미의 친구들 쪽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취미가 같다보니  언제 만나도 수다거리가  떨어지지도 않고, 답 안나오는  서로의 인생이야기에  지칠 필요도 없고, 기댈 필요도 없고, 노무현 때문이라는 둥,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둥 3류 100분토론에 말려들 부담도 없습니다. 십년넘게 변함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헤비메럴이라는 음악에 관한 취미가 새삼 고마워 지는 순간입니다. 헤비메럴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칙칙하지 않고 늘 싱싱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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