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샵에서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한다면 혼자서 CD를 사오면서 들어왔다면 만나기 쉽지 않았을 음악들을 아주 쉽게 들을 수 있었던 기억이었습니다. 맥스웰이라는 이 친구도 그랬습니다. 유난히 당시에 예쁜 언니들이 이 맥스웰의 앨범을 많이 사가더군요. '도대체 뭐길래?'의 호기심으로 들어본 순간 예쁜 언니들이 좋아할만한 매력이 분명히 이 앨범에는 들어있었습니다. 편안하고, 세련되고, 적절한 섹시함을 저녁무렵 옆집 된장찌게 냄새처럼 스물스물 풍겨주고...Urban Soul Music 이라는 표현에 꽤나 큰 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앨범이었습니다.


날씨가 참 축축한데 뭘 틀어도 눅눅할것 같고, (미친 척하고) 대놓고 축축한 -실컷 비 내리고 난 밤 아홉시 길거리같은- 이 앨범을 들고와서 플레이를 시켜보았습니다. 이에는 이인가 꽤 약발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주로 여성동지를 앞에 앉히고 작업질을 스탠바이 하면서 플레이를 시켰던 기억들이 드라마의 지난 줄거리! 본편이 시작되기전 보여주는 화면들처럼 샥샥 지나갑니다. 아 그런 적도 있었지...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고, 여자도 여자마다 다르고, 음악도 음악마다 다르고, 날씨도 날씨마다 나르고 뭐 하나 나랑 맞는게 없어서 지칠 때도 있습니다. 나랑 맞는게 없다는 재미가 즐거움으로 느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다르다는 점이 불편하고 쵸큼 귀찮습니다. 익숙한것만 갈수록 좋아지는게 나이먹어가는 풀코스 요리의 첫 번째 메뉴인건가 싶어서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동성친구는 됐구요. 편안한 이성친구와 맥스웰의 이 앨범을 들으면서 편안한 포옹 한번 나누며 우리는 그래도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거다고 다독거리고 싶은 축축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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