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전기, 후기로 나눌때 뭔가 좀 치열하고, 실험적이고, 독창적이고 아무튼 뭔가 달라보였던 신선함으로 밴드의 전기(前記)를 꾸며간다면 후기(後記)에서는 전기의 그 소스를 발판삼아 좀 더 대중적으로 더 잘팔리는 돈맛의 유도리도 배워가는 과정으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밴드들을 보아왔습니다만 디페시 모드라는 이 팀은 독특한 그 반대의 케이스로 기억합니다.


80년대 신나게 흘러나왔던 뉴웨이브, 신스팝 밴드들중 하나로 '음, 신나고 즐겁긴 하지만 앨범을 사주진 않겠어요, 너무 가볍잖아요!'로 외면을 해오다가 만난 이들의 90년대 앨범들의 진(지한 변)화는 정말 깜놀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까지 같이 실컷 술쳐마시고, 춤추고, 담배피던 친구가 느닷없이 어..나 철학과 다녀__라는 말을 들으며 재회를 할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첫 인상은 재수없었지만 놀랍게도 그 진(지한 변)화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90년대 진지-다크-일렉트로닉 4앨범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저 'Ultra' 앨범은 'Violator' 앨범다음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하루키 아저씨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디페시모드 역시 30여년간 꾸준하게 성실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저처럼 생업과 관련되어 있길래 싫던, 좋던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30여년간 꾸준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때문일까? 아무튼 새 앨범만 낸다고하면, 냈다고하면 개나 소나 다 꼭 한 마디씩은 해줘야 대세동참, 쿨가이, 쿨보이, 콜걸인척 주목받기 좋은 앨범보다는 디페시모드처럼 나온지도 모르게, 하지만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채워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재능을 팬에게 시험받는 앨범들이 관심이 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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