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전기, 후기로 나눌때 뭔가 좀 치열하고, 실험적이고, 독창적이고 아무튼 뭔가 달라보였던 신선함으로 밴드의 전기(前記)를 꾸며간다면 후기(後記)에서는 전기의 그 소스를 발판삼아 좀 더 대중적으로 더 잘팔리는 돈맛의 유도리도 배워가는 과정으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밴드들을 보아왔습니다만 디페시 모드라는 이 팀은 독특한 그 반대의 케이스로 기억합니다.


80년대 신나게 흘러나왔던 뉴웨이브, 신스팝 밴드들중 하나로 '음, 신나고 즐겁긴 하지만 앨범을 사주진 않겠어요, 너무 가볍잖아요!'로 외면을 해오다가 만난 이들의 90년대 앨범들의 진(지한 변)화는 정말 깜놀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까지 같이 실컷 술쳐마시고, 춤추고, 담배피던 친구가 느닷없이 어..나 철학과 다녀__라는 말을 들으며 재회를 할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첫 인상은 재수없었지만 놀랍게도 그 진(지한 변)화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90년대 진지-다크-일렉트로닉 4앨범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저 'Ultra' 앨범은 'Violator' 앨범다음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하루키 아저씨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디페시모드 역시 30여년간 꾸준하게 성실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저처럼 생업과 관련되어 있길래 싫던, 좋던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30여년간 꾸준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때문일까? 아무튼 새 앨범만 낸다고하면, 냈다고하면 개나 소나 다 꼭 한 마디씩은 해줘야 대세동참, 쿨가이, 쿨보이, 콜걸인척 주목받기 좋은 앨범보다는 디페시모드처럼 나온지도 모르게, 하지만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채워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재능을 팬에게 시험받는 앨범들이 관심이 더 갑니다.












Depeche Mode - Playing The Angel (2005) ★★★★★


2001년에 발매된 Exiter 앨범이후...(무려!) 4년만에 발매된 디페시 모드의 새 앨범....초창기의 가벼움과 달리 하염없이 갈수록 새벽2시의 서울 도시의 밤거리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이 팀은 보통 앨범을 내오며 변화해오는 팀 사운드가 초기가 더 좋았다....라고 생각되는 팀들이 대부분이지만 디페시 모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초창기 사운드도 신선하고 좋지만 90년도 넘어오면서 (Violator 앨범 이후라고 생각합니다만...) 다이고로는 이 팀이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역.시.나(랄까..) 이번 새 앨범도 한없이 어둠속을 질주하는 택시드라이버의 심성을 담아낸듯한 (이를테면 내 생각이다.) 느낌의 음악을 들려준다..여전히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으며,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앨범 역시 또 한번 다음 디페시 모드의 새 앨범을 기다리게 만드는 강력한 기대의 쿠폰을 잔뜩 던져주고 있다...그들은 여전히 쿨하다...




ALICIA KEYS - Unplugged (2005) ★★★★☆


얼굴예쁘고, 곡잘쓰고, 연주잘하고, 나이 창창하고 도대체가 결점하나 없는 완벽한 여성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알리샤 키스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 앨범...뭐 어지간한 히트곡은 다 들어있으며 도!저!히 그 나이에 나오는 필이나 리듬-브레이크 능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신곡 Unbreakable은 대단하다...소름이 돋을 정도의 큰 감동은 없지만, 그렇다고 심심하다..라고 생각이 들지도 않는 음~ 역시 알리샤 키스양이군...이라는 느낌은 충분히 전달하는 공연이 들어있었다...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그녀에게도 적용이 된다면...과연 그녀의 3-40대 음악은 어떤 음악이 나올지 생각만 해도 덜덜덜;;; 진주같은 소울요정의 발육(-_-;) 과정을 동세대인으로서 공감하며 지켜보는 기분...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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