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엔 6시 20분경 도착, 공연시간을 한 시간도 채 안남은 상태에서 올림픽 경기장 체조경기장에서 울리는 리허설 사운드-아마도 오프닝 밴드로 생각되는 껌액스-는 이 날의 공연이 몹시도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몹시도 무거운 암시를 주고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리허설이 끝나면서 관객들의 입장이 시작되었고 입장시간은 공연시작 시간이었던 7시였습니다. 입장시간과 공연시작시긴이 매치가 되는 어이낫싱시추에이션.


공연시간이 개차반으로 딜레이 될것이다라는 예상은 이 바닥에서 좀 놀아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짐작이었지만 이날의 건스앤로지스(라고 쓰지만, 액슬로즈밴드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공연은 그런 짐작의 수준을 한참 벗어난 "아이참 빨리 좀 하지..." 수준이 아니라 "야이 SHIP셰키야!!" 수준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입장시간이 7시-1시간 날려잡수시고-오프닝공연이 8시-1시간 날려잡수시고-본 공연이 9시반부터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즐겁게 맥주 한잔 빨면서 호탕하게 수다떨아보려고 했던 짜투리 2시간이 고스란히 체조경기장안에서 증발한 것입니다. C8!


액슬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첫 곡을 향해 스탠딩석의 한 관중이 분노의 생수병을 던진 시간이 9시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쇼는 2시간동안 진행이 되었습니다. 결론을 우선 말씀드리자면 이 쇼는 건스앤로지스라는 밴드의 공연을 추억하며, 액슬로즈 밴드의 공연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실망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호탕하고 스트레이트한 에어로스미스의 계보를 잇는 양키 락큰롤밴드 특유의 매력은 찾기 힘들었고, 괴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 론탈의 솔로는 훌륭하고, 독특하긴 했지만 폼이 (너무!)나지 않아 건스앤로지스와 어울리지 않았고, Darren Jay Ashiba 라는 이름의 이 밴드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는 Slash의 코스프레가 올라와서 관객들 앞에서 코스프레쇼를 하는건가? 수준밖에 안되는 폼만 나는 기타리스트였습니다. 드러머는 비욘세의 공연에나 볼법한 흑인 드러머였습니다. 각 멤버들 한명한명만 봐도 건스앤로지스 밴드 멤버로서 합주를 하는 게 아니라 건스앤로지스의 곡을 세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17년만에 발매된 'Chinese Democracy' 앨범을 들으면서도 생각 해봤던 (이 앨범은 차라리 오래 기다린, 이미 이 밴드에는 액슬로즈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17년간 너무나 잘 알고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액슬로즈 밴드로 갔어야 했다는) 우려를 이 공연에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18년만에 헤어진 여자친구(GN'R)와 만난 느낌은 물론 몹시 반가웠습니다. 2시간을 기다리게 했지만 그래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나고 나서의 느낌은 그렇습니다. 이제 볼 일은 없겠구나...그때가 참 아름다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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