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돈에 관해 생각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월급의 절반이상을 CD를 사는데 집중했었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입니다. 10시 출근에 10시퇴근, 월 3회 휴무의 살인적인 근무조건!! 지금 하라고 하면 빠큐-니쓰팔라마를 날리겠지만 어렸던 당시에는 할만하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뭐 딱히 퇴근하고도 할일이 없고, 할일이 있어도 늦은시간이라 뭘 할수도 없고, 여가생활은 그저 CD플레이어에 새로 산 CD를 플레이 시키는 일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최일민이라는 기타리스트의 2번째 앨범도 이 무렵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핫뮤직이라는 잡지도 꽤나 정기적으로 사서 보는 편이었는데 우리나라에 괜춘한 기타리스트의 괜춘한 기타 앨범이 나온다는 정보를 여기서 알게되고는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뭐 괜찮다는 말만 들리면 지금처럼 인터넷의 바다로 뛰어들어 정보를 뜯어올수 없었으니 '좋단다=산다' 공식이었습니다. 사고나면 '좋던 나쁘던' 옛 어르신들처럼 한 평생 그냥 같이 사는 거였습니다. 지금처럼 Delete 라는 개념자체를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몇번 듣다 (오버질 좀 하자면) 거의 10년만에 최일민의 2집 앨범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멍-하니 방안의 CD장을 쳐다보다 멍-하니 CD들을 뒤적거리던중 "어?" 벼락치기 공부하고 태연하게 있다가 콧구멍에서 코피 쭉 흘러내린듯한 비명을 지르며 최일민의 2집 앨범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현석과 크래쉬라는 아티스트의 앨범이후로 간만에 느껴보는 "오,오,오,오,오" 였습니다. (오가 다섯개!)


CD를 사모았던 재미에 대해 새삼 다행스런 기분이 듭니다. 그때 만약 술퍼마시는 일과 사랑에 빠졌다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봤을때 뭐가 남았을까? 물론 어쨌든 은행통장 잔고의 금액은 뭘했던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었겠지만 추억을 다시 찾아볼수 있고, 만져볼수 있고, 들어볼 수 있는 저 존재에 대한 새삼스런 감동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합니다.


끝맺으며 최일민의 이 앨범에 관한 검색을 해봤는데 제 이웃블로거가 쓰신 리뷰 가 하나 있군요. 이 앨범의 드럼 프로그래밍 사운드에 관해 섭섭함을 저만 느낀게 아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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