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 넘게 만난 친구와 이런 얘길 한적이 있습니다. "너랑 만난지 몇년째냐..." 순간 계산(!)해보니 0.1초 머리가 하얘집니다. 아니~벌!써! 해가 솟았나. 그리고 제 자신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게 물어봅니다. "너랑 만난지 몇년째냐..." 남들처럼 적당히 음악 좋아하고, 시간이 흘러 먹고살기에 좀 더 지긋지긋하게 집중하면서 '아 그때는 이런 음악도 좋아했었지...' 라고 적당히 추억하면서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하루종일 수십장의 앨범을 들으며 일을 합니다. 집중해서 듣던, 그렇지 않던 항상 음악은 흘러나옵니다. 어떤 음악이던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라면 늘 흘러나옵니다. 다시 나에게 물어봅니다. '음악이 취미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툭하면 샀던 CD들, 툭하면 음악에 의지했던 그 감성들을 정리했다면 나는 그 감성들을 어디다 쏟아부으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 ...


친한 누나에게 빌렸다가 10년이 다 되가도록 못(?) 돌려주고 있는 Quick Silver Messenger Service 앨범을 들으면서 티비에서 기어나오는 링의 산발머리 귀신 보듯 슬금슬금 가위눌리듯 조여오던 뻘 생각이었습니다. 대책없이 진지하고, 현란했던 70년대 사이키델릭 밴드의 앨범을 듣는 부작용(...)이라고 애써 진지해지는 뻘 생각을 빨리 덮어버립니다.


시원한 맥주에 소시지나 우물거리면서 프로야구나 봐야지. 진지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지금은 우드스탁의 시대, 히피의 시대, 사이키델릭의 시대, 평화의 시대는 아니니까요. 진지함따위는 개나소나 줘버리고 개나 소나 집에서 LCD 모니터를 보며 음악을 뚝딱 만드는 디지털 시대. 하지만 뮤지션들의 우월감과 진지함과 여유와 독창성이 넘쳤던 그 시대 음악들은 늘 듣게 될 때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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