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약 1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때려 보라고 한다면 "아니 그걸 어떻게 합니까? 돈주는 것도 아니고..." 라고 말끝을 흐리겠지만 '요'무렵에 '이' CD를 주면서 그렇게 해보라고 한다면 저의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 그럼요, 문제될거 없습니다.당장 시작하죠." 


특히나 요즘 같은 괴상한 계절에는 정말 혼자 일하다가도 창밖을 보면서 혼자 멍때릴때가 많은데 이웃블로거가 추천해준 어쿠스틱 기타가 더욱 멍때리는데 기름을 붓고 말았습니다. 흠흠 거리다가 집을 나서면서 출근길에 '좋아, 오늘은 이걸로 멍때려보자' 단단히 맘먹고 가져온 앨범입니다. 박만식(aka. Pat Metheny)씨야 뭐 두말하면 "야그만해라다알어" 주변에서 야유 나오실분이고, 새삼 듣다보니 이 박만식씨와 협연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씨의 연주가 이웃집 고기굽는 냄새처럼 제 마음을 솔~솔 잘 흔들어 줍니다.


똘망똘망한 박만식씨의 어쿠스틱 기타 뒤에서 든든하게 뒤에서 둥가둥가 받쳐주고 있는 찰리 헤이든씨의 베이스가 참 좋습니다. 저절로 저 자켓속의 미주리 스카이가 그려집니다. 당시 뜬금없이 왠 어쿠스틱 앨범이야 식상하게~쳇....라고 나불거렸던 저의 가벼움에 대해 할머니 미소같은 인자함을 쏴주시는 사운드가 느껴집니다.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이 씨네마 천국 영화속의 두 남자(!) 처럼 좋습니다. 저절로 이 두 사람의 연주표정이 그려집니다.


아무 이유없이, 슬픈 일도 없이 요즘 그냥 멍때리고 있습니다. (아! 그래도 할 일은 합니다.-_-;) 그럴때 옆에서 "야 왜이래? 무슨 일이야? 얘길 해봐 얘기를! 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 자 털어놔봐" 라고 나불거리는 친구가 아니라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내 옆에 묵묵히 앉아서 아무말없이 있다가 내가 담배 있냐고 뜬금없이 물어보면 묵묵히 담배 한 까치 꺼내주는 그런 친구같은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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