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보니 전에 살던 집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만큼 햇살이 많이 들어와서 부담스럽습니다. 결국은 블라인드를 달아주지 않으면 아침에 눈이 부셔서 일어나야 할 정도로 채광 상태가 감당이 안될 정도인데 이런 분위기에 집에 있으면서 어둠의 음악(!) 헤비메틀을 들으니 도저히 흥이 나질 않더군요. 살인사건이 대낮에 잘 일어나지 않듯이 말입니다. (뭐래)



생각끝에 바흐의 마테수난곡 앨범을 들고와서 들어보았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날 만나려면 그 성당으로 일요일 오전에 와줄래?" 라는 수줍은 고백을 받은 기분으로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성당의 문을 열어보니 햇살이 철철 흘러 넘치다 못해 바닥에 온기로 흘러내린 눈부심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하면서, 혹은 웹질하면서 책상에 앉아 마테수난곡을 듣고 있자니 음악 자체는 굉장히 숭고한 음악이긴 하지만 앨범속 바흐 합창단의 풍성한 코러스가 나올때마다 목캔디 다 빨아먹고 처음으로 폐호흡할 때 느끼는 숨이 멎을듯한 헉! 한 마음속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게 종교음악을 듣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압도적인 다수의 목소리의 풍부하고 풍성한 코러스를 통해 느끼는 (예수의 십자가를 내 자신은) 결코 감당 못할 것 같은 압도적인 경건함, 압도적인 웅장함.



햇살이 많이 들어오는 집에 살게 되니까 이렇게 듣는 환경이 달라지는건가? 제 자신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듣고싶은 음악과 지금 듣기 싫은 음악만 있을뿐입니다. 봄날 아침에 어울리지 않은 음악은 듣기싫은 음악이 되는거고 그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머틀리 크루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침에 어울리는 음악,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밤에 어울리는 음악, 봄에 어울리는 음악... 어울리는 음악을 어울리는 시간에 듣는 건 섹스와는 다른 차원의 또 다른 행복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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