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신보라는 비갠후의 앨범을 구입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우리 나라 밴드의 앨범을 사본게 얼마만인가?'  물론 제가 놓친 좋은 밴드들의 좋은 앨범들도 많겠지만 기다려온 좋은 밴드의 좋은 앨범을 사본 지가 언제인가? 라는 질문에는 하... 눈만 껌벅거리며 모르는 질문날린 수학 선생 얼굴 쳐다보는 표정을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밴드의 앨범을 사본 지가 정말 오랜만입니다.


초고속 광랜의 아름다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파일 다운로드 스피드처럼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더 빨리 발달하는 시대로 질주하다보니 어울려서 음악을 만들기(밴드) 보다 방구석에서 쉽게 혼자 음악을 만들어 해치우는 작업물들이 앞으로는 갈수록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거 아닐까? 혹은 반세기를 지나온 락음악의 역사는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인데 요즘은 일렉트릭 기타가 앞장서지 않는게 유행이기 때문에 나도 밴드들에 관심이 식어서 이 꼴난게 아닐까? 라는 고지식한 생각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해보며 오랜만에 구입해서 들었던 우리나라 밴드 비갠후의 앨범은 이런 (저같은) 고지식한 리스너가 듣다보니 이런 (요즘 유행하는 기타가 병풍 역할이 아닌 락밴드) 앨범을 오랜만에 들어서인가? 좋은게 좋아서인가? 아무튼 굉장히 반갑고 만족스럽습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유병렬씨는 윤도현밴드 초기처럼 여전히 City Life 를 노래하며, 연주도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굵고 선명하고 후련합니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지만~ 비갠후의 앨범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유병렬씨가 예전에 몸담았던 윤도현밴드가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팬들은 왜 새로운 기타리스트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윤도현밴드에 정을 놓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지금 툭하면 바뀌는 윤도현의 헤어스타일만큼이나 유행따라 사는 게 제 멋인 YB Style을 봐도 알 수 있고, 비갠후의 이 앨범을 들으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밴드가 스타일 따라가다 보면 중심을 놓지기 쉽고, 고지식해지다 보면 스타일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면 그거슨 수퍼밴드로 가는 하이패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토끼(!)를 잡아야 멋진 밴드가 되는걸까요? 고지식한 리스너의 생각은 이미 이 앨범을 듣고 결정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