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더 그렇지는 않고) 덜 그렇지만 당시에 학창시절에 포르노라는 신세계(!)를 알게 된 후의 놀랍도록 무서운 집중력(...)과 몰입감(...)은 당시에 좋아하는 음악들이 마구마구 생겨서 감당할 수 없었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포르노를 더 보고 싶었던 왕성한 성욕만큼이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다른 음악을 더 듣고 싶었던 사춘기 청소년의 대단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VHS 포르노 테입을 플레이어에 삽입후 재생이 되는 시간까지의 그 설레임만큼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사서 집으로 가는 길의 설레임은 굉장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저 앨범은 당시에 너무나 사고싶게 만들 정도로 자켓이 예뻤습니다. 어떤 음악인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왠지 굉장히 근사한 음악이 들어있을 것 같은 호기심과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예쁜 여자를 보면 그냥 왠지 다 좋아보일 것 같은 막연한 믿음처럼 말입니다.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서 벗겨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듣고 난 후의 느낌은 예전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대단한 첫 경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중에서야 카시오페아니 T-Square 등등으로 이런 음악과 많이 친해지게 되었지만 1절에 2절에 후렴까지 당연히 기대하고 있었던 당시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기억들에 비해 경음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심지어는 듣고나서 그 경음악 트랙들마저 머리속에 즐거운 기분으로 떠나지 않았으니 공부는 둘째치고 당장이라도 이런 새로운 음악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LP의 숲에서 하루종일 돌리고 돌리고 온갖 LP들을 후벼파고 싶은 욕구가 활활 타올랐던 두근두근 릿쓴투마핫삗의 기억이 있는 앨범입니다.


요즘도 설레이는 신보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설레임을 참지 못하고 일단 파일을 찾아서 먼저 듣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미 결혼했으니 시간, 장소를 따지지 않고 타이밍만 된다면 그냥 해(!)버리는 배우자와의 성생활과 비슷하달까요. (저질)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저 개나리같은 앨범을 보니 요즘은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봄날 오전같은 그 설레임으로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 사고 싶었던 앨범을 사기까지의 기다림, 사고싶었던 앨범을 사러갈 때의 설레임, 사고 싶었던 앨범을 사서 집으로 데려갈 때의 설레임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장의 발매 예정인 앨범을 그렇게 발매일까지 (참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설레입니다. 봄날처럼.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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