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http://CRASHZON.com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니, 독서의 계절이니 말이 살찐다, 하늘이 높다등등 나불댈거리가 많은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4계절중 가을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쓸쓸하게 만드는 (학창시절 유난히 잘 안씼고 다녔던 친구의 체육복이나 교련복을 빌렸을때처럼) 가을 특유의 냄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건강한 햇살이다 싶으면 어느새 오후가 되어버리고, 싱싱한 느낌은 잠시잠깐이고 점심먹고 숨좀 돌리면 어느새 불쌍한 바람이 외롭게 불어재낍니다. (어, 이런 표현 가을탄건가?) 


그럼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제 블로그에서 몇번이나 말한적 있는 '여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땀도 찍찍나고, TV속 드라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삼각관계처럼 드글드글한 모기와 바퀴벌레의 전성기 시즌이라 불쾌한 기분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만 여름 특유의 활력"(活力)을 좋아합니다. 해가 뜰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해가 져도 쉽사리 식지않는 (온도처럼) 살아있는 여름 특유의 활력을 좋아합니다. 땀이 좀 날지언정, 모기가 밤잠을 씨발거리며 설치게 만들지언정 이런 활력때문에 저는 여름을 가장 좋아합니다. 여름은 쓸쓸할 틈이 없습니다.


제가 주로 듣는 락음악이라는 것도 여름이라는 계절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도 주로 좋아하는 헤비메틀이라는 장르는 4계절중 여름과 가장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옆 평화의 공연에서 벌어진 락밴드들의 페스티발은 병신같은 계절에게 엿이나 먹어라고 락음악이 있는 곳, 그곳이 여름이라고 깃대를 꽂아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크래쉬와 블랙홀이 그러했습니다. 어느 무대건, 어떤 시간이건 자신들의 연주를, 자신들의 분위기로, 자신들의 톤으로 연주해내는 그들의 모습에 깊어가는 가을밤, 계절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흥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음악 해보고, 저 음악 깊이 없이 찔러보고 이게 최신이다! 이 놀 줄 모르는 관중들이여! 라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에서 '아 나는 좆나 멋져~!' 패션쇼 워킹하는 듯한 병신들의 공연도 어떻게 하다가 이 날 보게 되었습니다만 난 싫더라고요. 이 남자, 저 남자 혹은 저 여자, 이 여자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친구보면서 믿음이 안가듯이 장르에 대해서도 왔다갔다 하는 뮤지션 니 대가리(혹은 디스코그래피)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느냐? 라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밴드 이름 하나로 십년넘게 음악을 해오는 블랙홀이나 크래쉬같은 팀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팬층도, 수요층도, 공연층도 뭐 하나 두껍고 탄탄한 게 없는 이쪽 음악시장에서 계속 한 밴드로 음악을 해온다는 사실은 그 뮤지션들의 실력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 이상의 '무언가' 가 그 뮤지션의 가슴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절도 바뀌게 마련이고, 제가 좋아하는 여름도 지나가게 마련인데 이런 뮤지션들의 가슴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런 한결같은 '여름' 이 있기때문에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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