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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후 레코드샵에서 일했던 동생들과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무슨 용기였나 싶을정도로 무모한...실력으로) 밴드를 했었고, 그저 무대에 올라가고, 내가 치는 기타에 소리가 나고, 내가 치는 기타가 한 밴드의 포지션이었다는 뽀대좋은 도취감으로 베짱이처럼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밴드가 나름 다른 지역 공연도 다니게 되고, 무대에 오르는 횟수가 많아지자 당시 일했던 레코드샵에서 일하는게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때려치고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었습니다.


아침엔 신문배달을 하고, 낮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밴드 합주를 하던지, 공연을 하던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무모한 실력이 탄로가 나서...혹은 바닥이 나서) 밴드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베짱이 생활에서 깨어보니 냉혹한 현실이 그제서야 느껴지더군요. 아-씨발 이제 뭐먹고 살아야되나...어떻게 살아야 되나....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하던 주유소 아르바이트까지 머리가 노랗다는 이유로 주유소 분위기를 흐린다는 (믿기 어려운) 이유로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입대전 느낌처럼 그때부터는 내일이라는 하루가 오는 게 두렵더군요. 그때 들었던 미선이 라는 밴드의 앨범중 "섬" 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사는 게 참 무섭다...라는 찌질한 마음으로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슬퍼서도 아파서도 아니고 살아갈 일이 무서워서 ㅎㅎ...


7년이 흘렀습니다. 미선이 라는 밴드는 없어졌고, 그 자리엔 "루시드 폴" 이라는 이름으로 조윤석씨는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저는 다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밥벌이를 하게 되었고, 그때 당시 밴드의 멤버들은 홍대에서 우연히 만나 어깨에 악기를 매고, 여전히 밴드하고 있다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만남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시간이 흘러왔던 겁니다...


애초에 저로서는 음악을 만드는 재주보다는 음악을 듣는 재주가 더 나은것 같다고 체념을 해버리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만...최근에 홍대에서 만난 '예전 우리 밴드' 멤버들은 또 어떻게 자신만의 '음악 만드는 재주' 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음악적인 재능이 있던, 없던, 많던, 적던 어쨌든 저처럼 그들도 가끔은 냉혹한 현실이 두려울텐데 말입니다...


보통의 대중가수처럼 데뷔를 목적으로 기획사에 운좋게 스카웃되어 양육(...) 되는 것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공연에 공연에 공연을 돌다가 얻게되는 인지도로 투자자를 만나 데뷔를 하는 것이 일단 목표가 될듯 한데, 부디 다른 밴드들 보다 '음악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기만을 바랄뿐입니다...아니면 루시드 폴처럼 '음악 만드는 감성'이 뛰어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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