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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레코드샵에서 일할 때만해도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있는 친구들이어서 12시간을 서서 일하는 판매직 점원의 고달픈 생활이었지만 쉴세없이 신보들을 들어볼 수 있었고 (2-30% 내의 매월 반품이 항상 가능했으므로 듣고싶은 CD를 뜯어서 들어보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신보들에 관한 즐거운 수다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당시 저는 락음악(특히 헤비메틀) 에 관한 담당(!) 으로 취급(!) 되었었고, 한 친구는 아트락, 한 친구는 재즈 ...뭐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이 되어 손님접대(...) 를 했었던 황금기도 회상이 됩니다.


뭐 중간 생략하고 어쨌든 레코드샵에서 음반 회사로 들어온지 5년이 되어갑니다. 뭐- 대단할 것은 -자신있게 말하건데 단연코-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새로운 음원을 만들어서 (주로 동요나 가요 리메이크 음원) CD로 제작해서 상품을 만들어 유통매장및 도매상에 배급을 하는 회사기 때문에 음반회사는 음반회사가 맞습니다. 보통 음반 회사라고 하면 멋진 가수들이 '에헴~'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회사를 쉽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기획사랑 제작사랑 헷갈리면 안되겠죠. 쉽게 말해서 에쑤엠이나 와이쥐는 기획사겠고, EMI나 WEA, 도레미, 유니버샬 이런 곳은 제작사가 되겠습니다. 뭐 다 아실려나...기획사에서 한 가수의 상품을 완벽하게 기획,제작해 오면 제작사는 대량생산을 하여 도매상과 소매상으로 대량 유통및 판매를 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지요. 아무튼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그런 구분을 나누자면 제작사입니다.


처음에 들어올때만 해도 나름 음반 회사라는 자부심에 혼자 들떴지만 곧바로 지루한 사무실 분위기에 그만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일하는 회사일거야~룰루~라는 선입견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더군요. 열에 일곱여덟은 그냥 자신들의 생계수단일 뿐입니다. 1년에 좋아하는 CD1장도 안삽니다. 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이나 애정도 없고 그냥 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 판매상품이 'CD'일 뿐입니다.... 많이 팔리면 좋은거고, 기쁜거고, 안팔리면 슬픈거고 나쁜거고 이상도 이하도 없는 아주 평범함!!! 오죽하면 '애정은 음악에는 없고, 돈에만 있으니 불황이다고 울고불고짜는 이 지경이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 입니다.


음악에 대한 조그마한 애정이라도 있었다면 맥스니 나우니 연가니 등등의 정규 앨범보다 컴필레이션 앨범이 한해에 더 많이 발매되는 것 같은 블랙 코미디도 없었을 것이고, 무조건 소리바다만 다구리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며, 저작권 법에 관한 뒷북 코미디도 벌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대안은 없고 그저 밥줄이 계속 줄어든다고 징징거리는 꼴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내는 재능이 없으니 남들 만드는 거나 따라하고, 그걸 또 남들이 따라하고 그러니 신선함이라곤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음반이 나올 자격이 충분한 뮤지션들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음반이 나오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기획사나 제작사들 생각에는 남들이 안하니까 안하는 겁니다. 남들이 안하니까 안팔릴거라 생각하는 겁니다. 식견과 주관이 없으니 눈치밥으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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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나 그렇겠고,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정말 부럽고 그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음반회사는 조금더 그렇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많았어도 이렇게 음반(CD)이 음악파일(File) 취급도 못받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12시간 서서 일했을 지언정 마음에 맞는 점원들과 음악 수다를 떨어가며 레코드샵에서 CD를 손님들에게 즐겁게 팔며, 추천하며 일했던 그 때....그 때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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