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가 아주 열심히, 많이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으로 정신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들려만 주는 장소도 있었지만,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장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삐리때가 딱 그러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잘 틀어주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여자도, 술도, 담배도 몰랐던 시절의 유일하게 설레임을 주었던 장소중 하나였습니다. 평일에는 집에서 라디오로 빌보드 팝챠트를 들으며 공부하는 척하고, 주말에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던 그곳엘 가서 최신 팝뮤직비디오랄지 락뮤직비디오를 보는게 그렇게 재미가 있었습니다. 넬슨이라는 팀도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뭐 우리나라 미사리 밴드처럼 미국 어느어느 7080 클럽들을 돌며 쇼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데뷔앨뱀 이후로 원래 락밴드를 하고 싶진 않으셨는지 데뷔앨범 이후로 자꾸 컨츄리와 팝음악쪽으로 빠지시는 듯하더니 결국 소식의 끊을 놓쳐버렸습니다만 어쨌든 데뷔앨범의 저 감동은 어린 시절 고삐리 다이고로에게 설레임 범벅이었습니다. 지금 들었다면 "에이~뭐 어쩌라구~휙~" 식의 심드렁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때의 저 꽃미남 쌍둥이 밴드의 "After the Rain"이라는 곡이 어찌나 좋던지 이 곡만 듣고 있으면 제가 마치 당시 유행하고, 인기높았던 청춘드라마물이나 청춘영화물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좋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90년대 초반의 저런 락밴드들에게는 그런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대책없이 밝고, 유쾌한 청춘드라마나 청춘영화의 주인공같은 천성, 켈리포니아 비치의 비키니 이쁜이 언니들의 속살을 태연하고 천진난만하게 달구는 태양같은("그저 태워드리기만 할께요. 만지지는 않는다구~") 그런 대책없이 밝은 천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난 밝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도 밝게 부르고, 슬픔도 밝게 부르고, 뭘 해도 원래 밝은 성격을 타고난 친구같은 느낌. 그래서 8-90년대 딱 저 무렵의 밴드들을 참 좋아합니다. (Hair-Metal 밴드들이라고도 하던데 재밌는 지칭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밝은 사운드가 좋습니다. 억지로 진지한 척, 어두운 척의 척척범벅~ 칙칙진지~ 사운드는 오래 듣지못합니다. 이것 역시 저의 천성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껏 이 앨범, 저 앨범을 좋아하며, 사오며, 좋고, 싫음에 대한 범위가 혹은 경계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싫은 음악도, 별로인 음악도 언젠가 좋아지게 되면 어쩔건데? 사람의 사랑의 감정의 미래는 알수없는거라구...라고 호불호 판정을 향해 엿이나 좀쳐드셈 썩소를 수시로 날려왔던 편이었습니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음악 듣는 감성에도 지조를 지킬리는 없다라는 판단으로 이 장르, 저 장르, 이 연대, 저 연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껄덕 거려왔습니다...좋기도 했고, 더 좋기도 했고, 감이 안오기도 했고, 감이 언제올지 감감무소식인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음악' 이라는 걸 듣는게 좋았습니다. '왜 이런 걸 좋아하세요?','와-이런 것도 좋아하세요?' 등등의 질문에 대한 제 마음속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뭐..난 음악을 듣는게 좋다고요, 아무 이유 없다니까요...' 라고 말입니다.


...만 제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역시나 롸악큰로울입니다. 머틀리 크루의 '닥터 필굿'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청각적인 최초의 오르가즘의 첫 경험을 잊을 수가 없기에, 뭐 '첫 경험'을 나눈 '첫 사랑' 을 잊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보자면 제 '첫 경험'의 제 '첫 사랑'은 멋진 장발의 락커들이 신나게 롸악큰롤을 연주하는 (그 당시의) 모든 것들이었습니다. 무조건 신나야 했으며, 무조건 힘차게 스트레이트 해야했으며, 무조건 양아치티컬한 태도가 철철 흘러넘쳐야 했습니다. 단 3가지 조건 뿐이었습니다. 그럼? 통과!





당시의 스티브 스티븐슨이라는 기타리스트는 무조건 날 신나게 만들어주는 롸악큰롤 기타리스트라면 무조건 통과통과통과였던 그 무렵, 이런저런 신나는 음악들때문에 제 가랑이에 꿀물이 철철흘렀던 타이밍에 제대로 만난 기타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염병할우라질씹쳐먹을!!! 라이센스로는 눈씻고 봐도, 빌리 아이돌 베스트 앨범밖에 구해서 들을 수 밖에 없어서 자기자지 고추가 바지 왼쪽으로 쏠렸던, 오른쪽으로 쏠렸던 신경쓰지 않고 가볍게, 가뿐하게 수입 앨범으로 쫄지않고 쉽게쉽게 질러댔던 친구를 통해 사진속의 저 앨범을 빌려 듣게 되었습니다. 듣고난 반응은? 오씨발! 사고싶다...


몇주전 이웃 블로거 Bonjo 님의 블로그를 보는 순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의 오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잡(=사)고 말겠어!' 그리고 주변 사이트를 통해 검문에 들어가던중 며칠만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저 CD를 검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잡혀서 좀 김이 새긴 했지만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키는 순간 십년넘게 팬티를 안갈아입다가 새 팬티로 갈아 입었을 때 같은 말도 못할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학원 수업도 받아야 하고, 저질카툰도 더 그리고 싶고, 사고 싶은 CD, 보고 싶은 만화책,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들, 하고 싶은 게임들, 틈만 나면 마시고 싶은 술, 꾸준히 해줘야 하는 운동들, 그리고 하루 반나절 넘게 사무실안에서 엎어치고 메쳐야하는 회사업무 등등에... 와글와글 10남매를 키우는 생계형 가장같은, 물 안마시고 미숫가루를 목구멍에 계속 쳐넣는듯한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몸이 열개면 좋겠다씨발!)... 그럴때 한창 좋아했던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의 앨범들을 플레이 시킵니다. 아, 답 나옵니다. 지치고 힘들땐 절 기분좋게 만들면 됩니다. 음악으로 그렇게 한다면 단연코 저는 80년대 롹큰롤 밴드들입니다. 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당시의 멋쟁이 양아치들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레코드샵에서 사람을 기다리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는 이런 저런 CD를 구경하다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멋진 CD가 제 눈앞에 나타나면서 몹시도 섹시하게도 '이봐요~날 가져봐요~난 준비됬다구!' 식의 포르노 여배우의 본격적인 장면(!!)에 들어가기전의 워밍업 눈빛이나 다가와서 살짝살짝 부비적거리는 속살(...)같은 유혹 때문에 괴로울 때 입니다. 이럴때는 대부분의 에로영화에서 여자들의 유혹에 남자들이 와그르르 무너지듯이 저 역시 결국은 한번에 눈이 맞은(!) 그 CD를 계산 해버리고 맙니다...울컥!


데이빗 포스터의 저 앨범은 정말 나왔는지도 몰랐고, 나왔어도 온라인 상에서의 정보만 읽었다면 (쉽게) 그냥 안사고 넘어갔을만한 성분의 상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향뮤직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제 눈에 밟힌 데이빗 포스터의 저 앨범은 손에 풀발라놓은 것처럼 제 손에서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 공연실황이었고, 데이빗 포스터의 훌륭한 음악적인 창작물에 날개를 달아준, 혹은 날개를 달게된 아티스트들과의 합동-SHOW였습니다.


케이스는 CD 케이스이지만 분명컨데 이 상품은 DVD 용 상품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비교를 해보아도 CD는 12트랙이며 DVD는 (무려!) 30트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듣는 감동보다 보는 감동이 배로 먹히는 상품이 되겠습니다.


DVD를 플레이 시켜보았습니다. 데이빗 포스터의 경력상 아주 중요한 시기중 하나였던 피터 세트라(+시카고) 시절 히트곡('Hard To Say I'm Sorry / You're The Inspiration / Glory Of Love') 의 합동무대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즐거웠으며 자연스러웠습니다만 1절만 부르고 휙 지나가는 메들리의 편성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뭐 밟히면 채이는 히트곡들의 폭격이라서 이러한 쇼의 편성도 너무나 절절히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아주 훌륭한 쇼입니다. 그래도 제발 트집하나 잡아주세요라고 제 종아리를 잡고 늘어다면 '女神' 올리비아 뉴튼존 누나와의 듀엣곡 'The Best Of Me'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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