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나오게 추운 날씨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의 찬바람이 뺨따구를 할퀴면 늘 생각나는 음반이 바로 슈베르트의 이 겨울나그네 음반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들어야 더 신나고 즐거운 음악도 분명히 있지만 혼자 들으면서 이어폰으로나 오디오로 조용히 혼자 들어야 즐거운 음악도 분명히 있는거니까... 그렇다면 이 음반은 저에게는 후자입니다. 음식에 이열치열이 있다고도 하지만 음악은 과일처럼, 싱싱한 횟감처럼 제 철에 먹어줘야(!) 분명히 제 맛이 나는 음악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은 유난히 한창 추울 무렵인 12월, 1월에 곧 눈이 내릴 것 같은 시커멓고 흐린 하늘이 보이면 '아 오늘은 겨울나그네를 들어볼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한 겨울에 광활한 러시아 지평선과 눈이 질리도록 나와서 즐거운 영화 닥터 지바고처럼, 혼자 씁쓸한 생강차마시면서 읽으면 우울함의 밑바닥까지 닿게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처럼 온통 절망감과 내면의 한기가 처절하게 느껴지는 이 냉기가득한 앨범은 그래서 언젠가는 한번 소주 한잔 목구멍에 털고 집어먹는 제철음식 방어회와 함께 꼭 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생각난 김에 조만간 한번 해봐야겠네. 





4.Erstarrung 

Ich such' im Schnee vergebens 
Nach ihrer Tritte Spur, 
Wo sie an meinem Arme 
Durchstrich die grüne Flur. 

Ich will den Boden küssen, 
Durchdringen Eis und Schnee 
Mit meinem heissen Tränen
Bis ich die Erde seh'. 

Wo find' ich eine Blüte
Wo find' ich grünes Gras? 
Die Blumen sind erstorben 
Der Rasen sieht so blass. 

Soll denn kein Angedenken 
Ich nehmen mit von hier? 
Wenn meine Schmerzen schweigen, 
Wer sagt mir dann von ihr? 

Mein Herz ist wie erstorben, 
Kalt starrt ihr Bild darin; 
Schmilzt je das Herz mir wieder, 
Fliesst auch ihr Bild dahin! 


 
4.동결(얼어붙은 가슴) 

우리가 서로 껴안고 노닐던 곳, 
푸르렀던 들 찾아와
하얀 눈속에서 그녀의 발자국
찾아 보건만 모두가 헛된 일.

우리가 밟던 땅이 들어날 때까지
흐느적거리며 대지에 키스하리라.
내 뛰는 가슴과 뜨거운 눈물로 
싸늘하게 얼어붙은 눈을 녹여주리라.

그 화사하던 꼬초가 싱싱하던 풀들
이제 어디서 찾아 볼건가.
꽃들은 시들고 푸르렀던 들은
메말라 흔적도 없네.

사랑에 부풀었던 이 곳에서
추억으로 간직할 것 아무것도 없네. 
내 쓰라린 마음 언젠가 잠잘 때.
무엇으로 그녀 생각 되새겨 보리.

얼어붙은 내 가슴 속에서 
그녀의 모습도 얼어붙었네. 
언젠가 내 가슴 녹을 때.
그녀의 모습은 시들어 버릴테지.










온통 영화속에 나오는 정신없이 등장하는 음식처럼 맛있고 신나는 쿠바 음악이 잔뜩 들어있는 아메리칸 셰프 Chef 의 OST를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기분에 비유하고 표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아! 석양을 보면서 병맥주를 따고 목구멍에 부으면서 들으면 근사한 기분이 들 것 같은 노래' 랄지 '이 노래의 감동은 방금 배달된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듣는 기분' 이런 식의 비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눈으로 봐도 맛있는 영화인데 귀로 들어도 맛있는 음식으로 묻혀낸 멋진 영화입니다. 


아직도 영화속 식재료를 도마로 다듬는 경쾌한 소리와 영화속에서 내내 흘러나왔던 경쾌한 라틴 쿠바 타악기소리와 절묘하게 귀속에서 섞여서 어제 보았던 이 영화의 감동이 맛있게 다시 들립니다. 마빈 게이의 성적인 힐링 Sexual Healing 을 라틴 쿠바 버전으로 멋지게 편곡한 곡도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들으면 언제나 궁디가 씰룩거리는 산타나의 오예꼬모바 Oye Como Va 도 엔딩 부분에서 아주아주 멋지게 흘러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라틴 쿠바 음악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곡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떠오르지 않더군요. 80년대 춤을 소재로 한 댄스영화들이 팝음악과 최적의 궁합을 이뤄냈던 시절이 생각났을정도입니다. 












2006년에 발매된 신효범의 (무려!) 9번째 앨범을 뜬금없이 듣게 된 이유는 회사 사무실의 CD 장식장을 정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회사에서 받은 샘플러 앨범들이 너무 산처럼 쌓여있어서 어짜피 듣지도 않을 CD들이라서 정리 좀 할려고 이래저래 정리를 하던중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아 2006년에도 신효범 누나의 앨범이 (나오긴) 나왔었구나. 그냥 KBS 1TV의 열린 음악회에서도 요즘 잘 안 보이시길래 궁금하던 차에 왠지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몹시도 (오그라드는) 제목의 1번 트랙 '내 남자 친구 길들이기' 는 삐삐머리를 하고 수시로 V자랄지 윙크를 하면서 반바지를 입고 부르는 듯한 신효범 누나의 모습이 연상되서 조금 불편(!)했지만 이후 나오는 발라드 트랙들은 매우 놀랍고 저같은 아저씨들이 좋아할만한(후후) 세련된 발라드 트랙들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아이돌 팝이 큰 돈을 번다고 하면 우르르 강물이 마를 때까지 퍼오고, 트로트가 큰 돈을 번다고 하면 우르르 강물이 마를 때까지 퍼오고, 돈만 되겠다 싶으면 남들이 퍼오니까 나도 퍼워서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메인(Main) 스트림 장르가 아닌 머니(Money) 스트림 장르가 전부인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신효범 누나의 2006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그 말라가는 머니 스트림 사이에 보이지 않게 예쁘게 흐르는 작은 시냇물같은 앨범입니다. 저 같은 아저씨가 조카같은 아이돌만 좋아하겠습니까?  저 같은 아저씨가 큰 이모나 큰 아버지같은 트로트만 좋아하겠습니까?


도대체 나같은 아저씨는 뭘 들어야 하나? 아저씨의 학창 시절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던 당시의 뮤지션들은 다들 지금 어디서 뭘 하는걸까? 죄다 이제는 7080 콘서트에서 추억의 히트곡만 부르는 걸까요? 트로트만 부르는 걸까요? 저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걸까요? 팝 프로그램이나 아이튠즈로 어마어마한 팝스타들에 자극받으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흥얼흥얼 거릴만한 가요나 가사를 뒤적거리며 '아-예쁜 가사구나' 라고 저 같은 어덜트들이 설레일 만한 성인 가요가 늘 그립습니다.


Executive Producer 가 신효범 누나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 앨범을 신효범 누나 '돈'으로 다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될텐데 그래서인지 트랙들이 굉장히 정성들여 촘촘하게 (낭비없이!) 꾸며져서 아티스트겸 제작자의 1인2역으로서 '내 돈은 한 푼도 이 앨범에서 헛되이 새어 나가게 하지 않겠어요!' 라는 정성(!)이 느껴집니다. 대체적으로 아티스트가 자신의 앨범을 자신이 제작하면서 또 한번의 자기 자신의 각성, 아티스트로서의 각성을 많이 하는 편인데 신효범 누나의 새 앨범은 그래서 몹시 기다려집니다. 내주실거죠?















21세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최첨단의 사운드로 정신없이 만들어 줄 것 같은 요즘의 팝스타들의 성공요인이 대체적으르 복고쪽 인 점이 조금 놀랍습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다가 21세기로 다시 돌아온 듯한 가수때부터 느꼈던 점입니다.


여하튼 그 이후로 21세기 팝스타 혹은 팝유망주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왠지 예전에 들었던 풍이랄지, 편곡이랄지 리트로 리트로, 거꾸로 거꾸로 거슬러가는 풍이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좋게 말하면 복고풍 아날로그 빈티지 간지, 나쁘게 말하면 신선한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언제까지 선배뮤지션들의 영향만 받아 앨범을 낼거야? 투덜투덜.


다이언버치도 그런 좋지만은 않은 선입견으로 만난 뮤지션입니다. 그냥그냥 또 요즘 복고컨셉의 뮤지션이 또 나왔구나라는 심드렁한 무관심으로 넘길려고 했습니다만 매우 훌륭한 외모를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저렴한 감성이 저를 계속 자극하는 바람에 앨범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듣다보니 이제 막 데뷔앨범을 발매한 뮤지션에게는 몹시 부담되는 칭찬이겠지만 21세기의 캐롤 킹을 듣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직접 곡을 만들고, 직접 부른다는 점도 그렇겠지만, 데뷔앨범부터 데뷔앨범답지 않은 기본 이상을 치고 나가는 신인답지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케롤 킹 선생님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예쁘기까지 합니다! ! 21세기의 케롤 킹의 'Tapestry' 앨범까지 기대한다는 건 조금 오버겠지만 정말 다음 앨범이 굉장히 기대되는 피아니스트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만났습니다.

















아무리 타이틀이 Brown Sugar 라고 자신의 사진까지 Brown 으로 부어버린 D'angelo 의 단순함은 지금 생각해도 ㅋㅋ 할 정도이지만 앨범을 일단 플레이 시키면 발매된지 15년이 되어가지만 남자가 망사스타킹을 변함없이 좋아하듯이 오랜만에 들어도 변함없이 좋습니다. 여전히 망사스타킹처럼 (아니지 여성동무들의 입장으로 봤을때는 요즘 "나는 어떠케- 나는 어떠케-" 외쳐대며 메리야스(!)를 걷어올리는 정지훈씨의 몸매처럼) 섹시합니다. 내 맘데로 요약하자면 할(?) 때 들으면 지금 들어도 여전히 약효(?)가 좋은 분위기의 음악!


90년대에는 정말 마음에 드는 락 밴드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90년대에 정말 마음에 드는 흑인 뮤지션들은 끊임없이 계속 쏟아져 나왔던 흑인 음악의 전성기였습니다. 7-80년대 락스타, 팝스타들이 그러했듯이 90년대의 흑인들은 7-80년대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그들의 시장성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데로 하면서, 벌고 싶은 돈을 마음대로 쓸어담았던 재능도 있었고, 물도 잘만난 뮤지션들이었습니다. Maxwell, Erika Badu, Eric Benet 등의 또래 친구(?)들도 생각납니다.


아무튼 이 무렵의 흑인 뮤지션들의 앨범들은 젊고, 재능 넘치고 무엇보다도 앨범을 들으면 섹시했습니다. 나부터 손발이 오그라들것 같은 꼬시기 위한 멘트들도, 두세번 망설일것 같은 고난이도(!) 스킨십들도 이 당시 D'Angelo를 틀어놓으면 당시의 대상에게 꽤 그럴듯하게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먹혔던 기억이 납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탄력좋은 페이드어웨이 슛처럼.



흑인 음악의 매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자유라고 심심한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 있던데, 제가 보기엔 가장 떡치기 좋은 음악입니다. 흑인음악을 앞에 '흑인'이라고 붙이는 게 인종차별이다 라는 시시한 얘기도 읽은 기억이 나는데 '흑인'이 아니고선 절대 이런 섹시한 비트나, 리듬이나 편곡을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저는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종우대로 이 장르 나름의 우월함을 인정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우월함 이야말로  내가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만나달라고 하면 이런 기분일까? 2집을 듣고는 아-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봐 정을 접었던 밴드인 Bullet For My Valentine 의 3집 신보 소식을 듣고 그래 혹시 변했을지 몰라 한번 다시 만나볼까(?)라는 호기심으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인연이 그렇듯이 한번 정을 접은 인연은 다시 다림질해도 펴기 어려운 법. 2집보다도 못한 게을러진 작곡력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어서 하기 싫은거 억지로 꾸역꾸역 트랙을 채워넣은 느낌입니다. 양키 시장을 집요하게 공략하겠다고 (맙소사) 린킨파크를 프로듀서 했다는 사람과 작업했다고 하는데 2004년의 LG 트윈스와 이순철감독처럼 상상하기 싫은 결과물이 탄생했습니다. 1집 당시의 세상 모든 (나를 차버린) 계집들을 다 쏴죽여버릴테다의 단단한(Core) 메탈코어나 이모코어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My Chemical Roamance의 엉덩이나 핧아보려는 듯한 단순한 펑크만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My Chemical Roamance의 앨범이 이 앨범보다 훌륭합니다!)


좋은 인연은 계속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망을 계속 받게 된다면 그 인연은 오래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 인연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헤어질 인연은 결국 헤어지게 되있고, 만날 인연은 계속 만나게 됩니다. CD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게 될 CD는 언젠가는 사게 됩니다. 실망한 CD는 다시 살 수가 없습니다. 실망스러운 인간관계가 복구가 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지금이야 (더 그렇지는 않고) 덜 그렇지만 당시에 학창시절에 포르노라는 신세계(!)를 알게 된 후의 놀랍도록 무서운 집중력(...)과 몰입감(...)은 당시에 좋아하는 음악들이 마구마구 생겨서 감당할 수 없었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포르노를 더 보고 싶었던 왕성한 성욕만큼이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다른 음악을 더 듣고 싶었던 사춘기 청소년의 대단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VHS 포르노 테입을 플레이어에 삽입후 재생이 되는 시간까지의 그 설레임만큼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사서 집으로 가는 길의 설레임은 굉장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저 앨범은 당시에 너무나 사고싶게 만들 정도로 자켓이 예뻤습니다. 어떤 음악인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왠지 굉장히 근사한 음악이 들어있을 것 같은 호기심과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예쁜 여자를 보면 그냥 왠지 다 좋아보일 것 같은 막연한 믿음처럼 말입니다.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서 벗겨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듣고 난 후의 느낌은 예전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대단한 첫 경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중에서야 카시오페아니 T-Square 등등으로 이런 음악과 많이 친해지게 되었지만 1절에 2절에 후렴까지 당연히 기대하고 있었던 당시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기억들에 비해 경음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심지어는 듣고나서 그 경음악 트랙들마저 머리속에 즐거운 기분으로 떠나지 않았으니 공부는 둘째치고 당장이라도 이런 새로운 음악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LP의 숲에서 하루종일 돌리고 돌리고 온갖 LP들을 후벼파고 싶은 욕구가 활활 타올랐던 두근두근 릿쓴투마핫삗의 기억이 있는 앨범입니다.


요즘도 설레이는 신보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설레임을 참지 못하고 일단 파일을 찾아서 먼저 듣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미 결혼했으니 시간, 장소를 따지지 않고 타이밍만 된다면 그냥 해(!)버리는 배우자와의 성생활과 비슷하달까요. (저질)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저 개나리같은 앨범을 보니 요즘은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봄날 오전같은 그 설레임으로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 사고 싶었던 앨범을 사기까지의 기다림, 사고싶었던 앨범을 사러갈 때의 설레임, 사고 싶었던 앨범을 사서 집으로 데려갈 때의 설레임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장의 발매 예정인 앨범을 그렇게 발매일까지 (참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설레입니다. 봄날처럼. 그때처럼...

















이사를 하고보니 전에 살던 집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만큼 햇살이 많이 들어와서 부담스럽습니다. 결국은 블라인드를 달아주지 않으면 아침에 눈이 부셔서 일어나야 할 정도로 채광 상태가 감당이 안될 정도인데 이런 분위기에 집에 있으면서 어둠의 음악(!) 헤비메틀을 들으니 도저히 흥이 나질 않더군요. 살인사건이 대낮에 잘 일어나지 않듯이 말입니다. (뭐래)



생각끝에 바흐의 마테수난곡 앨범을 들고와서 들어보았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날 만나려면 그 성당으로 일요일 오전에 와줄래?" 라는 수줍은 고백을 받은 기분으로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성당의 문을 열어보니 햇살이 철철 흘러 넘치다 못해 바닥에 온기로 흘러내린 눈부심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하면서, 혹은 웹질하면서 책상에 앉아 마테수난곡을 듣고 있자니 음악 자체는 굉장히 숭고한 음악이긴 하지만 앨범속 바흐 합창단의 풍성한 코러스가 나올때마다 목캔디 다 빨아먹고 처음으로 폐호흡할 때 느끼는 숨이 멎을듯한 헉! 한 마음속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게 종교음악을 듣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압도적인 다수의 목소리의 풍부하고 풍성한 코러스를 통해 느끼는 (예수의 십자가를 내 자신은) 결코 감당 못할 것 같은 압도적인 경건함, 압도적인 웅장함.



햇살이 많이 들어오는 집에 살게 되니까 이렇게 듣는 환경이 달라지는건가? 제 자신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듣고싶은 음악과 지금 듣기 싫은 음악만 있을뿐입니다. 봄날 아침에 어울리지 않은 음악은 듣기싫은 음악이 되는거고 그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머틀리 크루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침에 어울리는 음악,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밤에 어울리는 음악, 봄에 어울리는 음악... 어울리는 음악을 어울리는 시간에 듣는 건 섹스와는 다른 차원의 또 다른 행복한 순간입니다.


















3월 20일 제프백의 공연을 보러갔던 날은 정말 저 자켓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날씨였습니다. 저 자켓처럼 시커먼 하늘에서 휀더를 든 매의 눈을 가진 기타리스트가 강림했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제프백 선생님의 예전 앨범들에 비해 이 앨범은 정말 편안합니다. 오리지널 곡들이 아닌 익숙한 곡들의 재해석이어서가 가장 큰 부분이겠지만 '한 음을 쳐도 절대 대충 치지 않겠다' 라는 무시무시한 예민한 감성과 연주로 채워졌던 이전 앨범들에 비해 확실히 많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들립니다.


이 앨범을 들으며 제프백의 내한공연장을 달렸던 강변북로는 정말 차도 많았었고, 지구 최후의 날이 이따위 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2010년 날씨중 최악중에 최악이었습니다만 가다서다를 반복했던 차안에서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뭐 공연 시작전에 무사히 도착만 된다면야...' 식으로 차안에서 이 앨범을 듣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심지어 '어쩜 이렇게 제프백 새 앨범 자켓과 똑같은 날씨일까? 신기하다. 분위기가 잘 어울리네' 라는 괴상하고 긍정적인(?) 감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좋은 음악을 처음 들을 때의 기억은 늘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한 컬쳐클럽의 'Karma Chamelon' 이 라디오에서 (진짜!) 나온다며 테이프로 녹음하시던 기억, 치렁치렁 80년대 미스코리아들 같은 헤어스타일로 열심히 섹스를 노래하던 머틀리 크루의 LP를 두근거리며 빼내 턴테이블에 올리고 첫 트랙을 기다리던 기억...지금도 좋아하는 음악들을 처음 들었을때의 설레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프백의 이번 앨범은 황사스톰이 서울을 덮었을 때 차안에서 멍하니 어둡고 누런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몽환적으로 들었던 즐거운(...) 기억으로 앞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네, 음악은 제가 주연인 영화의 OST입니다. 제프백의 이 앨범은 2010년 강변북로에서 최악의 황사를 맞이하며 차안에서 들었던 제 인생의 한 장면에 삽입된 OST로 앞으로 계속 떠오를것 같습니다.








7년만의 신보라는 비갠후의 앨범을 구입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우리 나라 밴드의 앨범을 사본게 얼마만인가?'  물론 제가 놓친 좋은 밴드들의 좋은 앨범들도 많겠지만 기다려온 좋은 밴드의 좋은 앨범을 사본 지가 언제인가? 라는 질문에는 하... 눈만 껌벅거리며 모르는 질문날린 수학 선생 얼굴 쳐다보는 표정을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밴드의 앨범을 사본 지가 정말 오랜만입니다.


초고속 광랜의 아름다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파일 다운로드 스피드처럼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더 빨리 발달하는 시대로 질주하다보니 어울려서 음악을 만들기(밴드) 보다 방구석에서 쉽게 혼자 음악을 만들어 해치우는 작업물들이 앞으로는 갈수록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거 아닐까? 혹은 반세기를 지나온 락음악의 역사는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인데 요즘은 일렉트릭 기타가 앞장서지 않는게 유행이기 때문에 나도 밴드들에 관심이 식어서 이 꼴난게 아닐까? 라는 고지식한 생각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해보며 오랜만에 구입해서 들었던 우리나라 밴드 비갠후의 앨범은 이런 (저같은) 고지식한 리스너가 듣다보니 이런 (요즘 유행하는 기타가 병풍 역할이 아닌 락밴드) 앨범을 오랜만에 들어서인가? 좋은게 좋아서인가? 아무튼 굉장히 반갑고 만족스럽습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유병렬씨는 윤도현밴드 초기처럼 여전히 City Life 를 노래하며, 연주도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굵고 선명하고 후련합니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지만~ 비갠후의 앨범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유병렬씨가 예전에 몸담았던 윤도현밴드가 저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팬들은 왜 새로운 기타리스트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윤도현밴드에 정을 놓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지금 툭하면 바뀌는 윤도현의 헤어스타일만큼이나 유행따라 사는 게 제 멋인 YB Style을 봐도 알 수 있고, 비갠후의 이 앨범을 들으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밴드가 스타일 따라가다 보면 중심을 놓지기 쉽고, 고지식해지다 보면 스타일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면 그거슨 수퍼밴드로 가는 하이패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토끼(!)를 잡아야 멋진 밴드가 되는걸까요? 고지식한 리스너의 생각은 이미 이 앨범을 듣고 결정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홍학표와 채시라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 어린 시절 본 드라마가 있었는데 (드라마 제목도 '샴푸의 요정'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드라마속에서 나왔던 '샴푸의 요정' 이라는 곡을 듣자마자의 설레임은 대단했습니다.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왠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것 같은 소년의 가슴에 빛과 소금을 뿌려준 '빛과 소금'이었습니다.


이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멤버들중 2명이 만든 그룹이라는걸 한참후에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도 봄여름가을겨울만큼의 정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타리스트와 드러머의 조합(봄여름가을겨울)이 훨씬 락필도 느껴지고, 다이나믹한 맛이 있었고 밴드스러움이 느껴졌지만 빛과 소금은 키보디스트와 베이시스트의 조합이어서 조금더 팝적인 느낌이 커서 그랬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팝적이고 좀 더 세련된 맛이 느껴지는 발라드곡들은 (봄여름가을겨울 보다) 빛과 소금쪽의 곡들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들어있는) 3집이 대박이 나면서부터 노래 잘부르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시절에서 음악 잘하는 사람들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정당하게 앨범 판매량으로 대접(!) 받았던 즐거운 변화가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후 좋은 노래보다 좋은 앨범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지면서 실험적인 시도랄지, (너도나도 질세라) 앨범을 해외가서 녹음을 했던 경쟁들은 당시 가요를 듣는 몹시도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TV만 켜면 (그동안 이런 적이 있었을까 싶을정도로 너무 많이) 나오는 예쁜 소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며 몹시(?) 즐겁기도 하지만 도대체가 (8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당시 우리나라 대중음악 캐전성기에 비해 지금은 너무도) CD가 살게 없는 요즘이 씁쓸해서 저 당시의 앨범들이 더욱 보석같이 느껴집니다. 실력자체가 없으면서 나의 예술성을 몰라준다고 겉멋만 잔뜩 들어간 허세-만땅 요즘 대부분 인디밴드들을 보면서도 역시 그렇습니다. 요즘 음악 잘하는 사람들은 앨범 안 만들고 지금 다들 어디서 뭘하는걸까요? 뮤지션들과 그들의 앨범보다 넵스터와 소리바다와 공유에 광분했었던 그 시절 제 모습도 부끄럽습니다...











'안녕, 노란 벽돌길이여~' 랄지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힘든 말' 이랄지 '당신을 위한 노래' 랄지 '오늘 밤 사랑을 느낄 수 있나요?' 랄지 (더 있겠지만 손가락 아파서 생략) 아무튼 팝 발라드 히트곡들로만 해도 억만장자의 차고에 있는 스포츠카들 처럼 많이 가지고 있는 엘튼존 아저씨의 초기 앨범을 한 장 구입했습니다. Captin Fantastic And The Brown Dirt Cowboy...


8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팝 발라드만을 마구마구 만들어 내고 마구마구 히트시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피아노 팝발라드의 달인(...)같은 엘튼존 선생님 느낌이 몹시 강합니다. 하지만 Crocodile Rock 이랄지 Funeral For A Friend (Love Lies Bleeding) 같은 곡들이 발표된 70년대 초기 앨범들을 들어 보노라면 철저히 락밴드 스타일속에서 엘튼존의 피아노가 주위를 탄탄하게 감싸고 리드한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70년대의 엘튼존 초기의 앨범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와 같은 나이인 저 앨범을 며칠전에 적극적인 각오(!)로 사야겠다고 발기된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올 가을엔 기필코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 / Curtains 를 제대로 듣고 말겠어!' 였습니다. 케서린 제타존스가 그냥 이유없이 예쁘듯이, 한채아가 그냥 이유없이 예쁘듯이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 / Curtains 라는 곡도 그냥 이유없이 예쁜 곡이었기 때문입니다. 듣다보면 한 여름에 몇입 먹지도 않았는데 금방 뚝뚝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국물처럼 제게는 감동의 감성이 금새 줄줄 뚝뚝 흘러내립니다.














너바나가 뜨니까, 소녀시대가 뜨니까, 콘이 뜨니까, 장윤정이 뜨니까...AND 라디오헤드가 뜨니까! 뜨니까 식으로 하나 뜨면 (어느정도의 상업적인 모험의 매를 제일 먼저 맞아준 결과로 옳다꾸나! 요때다! 얍삽하게! ) 당연하게 줄줄이 따라나오는 그런 시리즈로 뮤즈도 생각했습니다. 데뷔 앨범을 그런 선입견으로 똘똘 뭉쳐 들었었고 지금도 1집 앨범은 자주 듣지 않는 편입니다만 2집 앨범을 들었을때의 즐거운 전율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라디오헤드의 탐요크가 자폐증을 앓는 광기를 (주로) 표출했다(고 친다)면, 뮤즈의 메튜 벨라미는 불면증을 앓는 광기가 표출되는 듯한 독창성(!)을 나름 느꼈습니다. 같이 우울하게 미쳐도 이런 식으로도 미칠 수도 있구나라는 감탄(?)을 준 앨범이라는 게 저의 소감이었습니다.


여하튼... 에니웨이 웅진코웨이 그런데 어쩌다가 뮤즈의 앨범은 저 앨범 2집까지 미치도록 좋아하다가 3집부터는 정을 좀 잠깐 끊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뮤즈의 신보 소식을 듣고는 우선 파일로 받아서 들어본 바...2집을 들으며 (제가) 느꼈던 당시의 광기의 감동의 선율이 다시금 제 등짝을 털벗긴 영계백숙 닭살처럼 오돌토돌하게 만든 꼴림이 있었습니다.


헤비메틀은 누구던 한놈만 시비걸면 줘패버리겠다는 식으로 미치고, 이쪽은 인생이 너무너무 우울해서 미치고...음악을 들으며 느껴지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녹음한듯한) 앨범속의 천재적인 광기 철철 감수성은 훌륭한 연주를 집중해서 듣는 재미와는 또 다른,  미치고 싶어도 미칠 수 없는 심심한 일상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음악 듣는 재미입니다. 뮤즈의 새 앨범은 그런 재미를 여전히 주는 것 같습니다. 구매확정입니다.

















음악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던 최악의 순간이라면 역시나 군대 있을 때 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호오)를 잘 몰랐(오호오)을 때라서 오직 음악에만 순정을 바치고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생물도 아니고 휴먼도 아니었으니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을리도 어이없고, 빨리 자유롭고 싶다!고 전역 카운트를 다는것이 아니라 빨리 음악을 듣고 싶다!의 전역 카운트를 불태웠던 욕구가 더 강했던 군대시절 본조비에 관한 추억의 나불거림 하나!


고참이 휴가를 다녀오며 가져온 이 (무려!) 테이프는 같이 가져온 성인잡지보다 (진짜임) 제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들을 수 있나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서 얼굴이 하얘질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패닉상태...운좋게 며칠후 그 고참과 새벽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취사장에서 듣게 되었을때의 경기도 연천의 새벽별을 보며 느꼈던 감동이란...


꼭 이렇게 듣게 되어서 이 앨범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나중에 휴가 나와서 아주 뭔가 대단한 의식을 하는 양 경건하게 CD 플레이어에 이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들어본 느낌은 역시나 좋았습니다. 맨날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본조비만 보다가 갑자기 쌔끈한 자켓을 입은 'Keep The Faith' 앨범의 당황스러움을 이 'These Days' 앨범에는 오호...반조비도 깔끔한 수트가 (꽤,잘) 어울리는 군...이라는 'Faith' 를 'Keep' 하게 된 앨범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그들의 팬들과 발걸음을 맞추게 되는 시발점이 된 멋진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메가데스의 신보가 9일날 나온다길래 기다리는 즐거운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아침에 나오면서 초기 3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마티 프리드먼 시절의 메가데스도 물론 (매우) 좋아하지만 달빛이 비치는 시퍼런 사무라이의 칼날같은 서늘한 느낌의 저 앨범 3장이 왠지 더 저에게는 정이 가는 앨범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미리 파일로 들어본 이 팀의 신보 'Endgame'은 저 초기 3장의 모습과 놀랍도록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빨리 칼로 메가데스 신보 'Endgame' 의 옷을 벗기고, 만지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에게 정을 끊게 된건 2001년부터였습니다. 2001년 'Everyday' 라는 앨범이 이전의 데이브 매튜스 밴드 사운드 특유의 브라질 축구같은 '여유로우면서도 세련되고, 치밀하면서도 우아했던' 그루브감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서 였습니다. 이전의 앨범들이 지산락페스티발에서의 산과 들을 바라보며 듣는 듯한 감동이었다면 'Everyday' 앨범은 지하철 3호선역 광장에서 듣는 듯한 텁텁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을 좀 놓고 있다가 모처럼 이 밴드가 올해 새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음악파일로 먼저 들어본 느낌은 '오-!' 였습니다. 이 밴드 특유의 '한 순간도 너네들이 예상하는 리듬대로 연주하지 않겠다' 라는 각오(...) 가 보이는 듯한 변화무쌍하고 훵키한 (연주력 좋은 밴드들 특유의 진지한) 리듬감이 매우 즐겁습니다.


날씨가 요즘 참 예뻐서 줄창 듣던 헤비메틀이 잘 안들어오고 예쁜 음악(...)들이 자꾸 귀에 들어옵니다. 제이슨 므라즈의 앨범과 더불어 요즘 이 앨범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제이슨 므라즈의 앨범이 정말 가슴이 콩닥거리게 살랑거리는 원피스 입은 아가씨와 데이트하는 손잡을까 말까의 부드러운 설레임이라면, 데이브 메튜스 밴드의 이 앨범은 예쁜 여자친구와 기가 막히게 매칭이 계속 똑똑 맞아 떨어지는 즐거운 수다를 계속 이어가며 입꼬리 올라가는 기쁨의 몰입감입니다. 













몇십년 넘게 만난 친구와 이런 얘길 한적이 있습니다. "너랑 만난지 몇년째냐..." 순간 계산(!)해보니 0.1초 머리가 하얘집니다. 아니~벌!써! 해가 솟았나. 그리고 제 자신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게 물어봅니다. "너랑 만난지 몇년째냐..." 남들처럼 적당히 음악 좋아하고, 시간이 흘러 먹고살기에 좀 더 지긋지긋하게 집중하면서 '아 그때는 이런 음악도 좋아했었지...' 라고 적당히 추억하면서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하루종일 수십장의 앨범을 들으며 일을 합니다. 집중해서 듣던, 그렇지 않던 항상 음악은 흘러나옵니다. 어떤 음악이던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라면 늘 흘러나옵니다. 다시 나에게 물어봅니다. '음악이 취미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툭하면 샀던 CD들, 툭하면 음악에 의지했던 그 감성들을 정리했다면 나는 그 감성들을 어디다 쏟아부으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 ...


친한 누나에게 빌렸다가 10년이 다 되가도록 못(?) 돌려주고 있는 Quick Silver Messenger Service 앨범을 들으면서 티비에서 기어나오는 링의 산발머리 귀신 보듯 슬금슬금 가위눌리듯 조여오던 뻘 생각이었습니다. 대책없이 진지하고, 현란했던 70년대 사이키델릭 밴드의 앨범을 듣는 부작용(...)이라고 애써 진지해지는 뻘 생각을 빨리 덮어버립니다.


시원한 맥주에 소시지나 우물거리면서 프로야구나 봐야지. 진지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지금은 우드스탁의 시대, 히피의 시대, 사이키델릭의 시대, 평화의 시대는 아니니까요. 진지함따위는 개나소나 줘버리고 개나 소나 집에서 LCD 모니터를 보며 음악을 뚝딱 만드는 디지털 시대. 하지만 뮤지션들의 우월감과 진지함과 여유와 독창성이 넘쳤던 그 시대 음악들은 늘 듣게 될 때마다 그립습니다.










8월의 어느 여름날 오후에 통통하게 살집 오른 동네 고양이가 햇빛 쨍쨍 내리쬐는 담벼락 그늘 아래  태연하게 그릉그릉~ 거리며 하품하는(듯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메시 그레이는 정말 힙합음악 범벅이었던 당시 미국 대중음악중에 먹을만한 거 없다고 반찬투정하다가 건진 맛있는 비엔나 소세지 반찬이였습니다.


공장에서 마구마구 찍어낸듯한 (오직 춤추기 위한 목적만 생각하고 찍어낸 듯한 힙합) 비트에, 오늘 너를 따먹고 말겠어(라는 주제라고 밖에 들리지 않는) 시뻘겋게 발기된 포르노 남자배우의 성기같은 랩과 흥분한 힙합 클럽 조명같은 멜로디에 질릴데로 질리고 있었던 와중에 만난 메시 그레이의 저 앨범은 신나고 즐거웠던 70년대 흑인 소울-훵크음악의 아날로그 감성을 멋지게 소환시켰던 앨범이었습니다.


며칠간 욕먹어가며 질질 끌었던 회사 일이 이 앨범을 들으면서는 순식간에 매듭이 술술 풀리며 잘 처리가 되어서 아주 신기했습니다. 변비환자의 감격스런 퀘변의 순간처럼 너무 후련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몇시간째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고, 그래서 거의 정신적인 변비증상을 자주 곀는 저같은 사람에게 좋은 변비약이 되어준 앨범이었습니다.













보사노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앨범, 날이 이 모양이 되면 꼭 들어주는 앨범, 온라인으로 벼나별 병신같은 Active-X를 깔고 검색해서 들을 필요없이 내가 듣고 싶으면 그냥 트레이에 집어넣기만 하면 저절로 흘러나오는 무등산 수박같은 앨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서(반드시 여름에 가고 말테다!) 여자친구랑 이삿짐 CD정리를 하면서 틀어놓고 싶은 앨범. 이삿짐 정리를 다하고 저무는 여름햇살을 동네꼬마처럼 씩씩하게 바라보며 돌쇠같이 캔맥주를 벌컥거리며 듣고 싶은 앨범. 궁뎅이 벅벅 긁으며 만화책 페이지 넘기면서 듣고 싶은 앨범. 진작 사놓으니 언제 들어도 추억의 이자가 쑥쑥 쌓이는 듯한 이자율이 높은 내 청춘의 자산중 하나인 앨범....







헤비메틀 레이블 '로드런너(Roadrunner)'라는 레이블은 지금처럼 돈에 관해서는 몹씨 얄미운 짓만 일부러 검색해서 골라하는 듯한 십리밖에서도 펄펄 풍기는 잔머리 냄새 쾅쾅머리아픈 얌생이같은 요즘의 모습과는 달리 크림슨 글로리라는 저 밴드가 데뷔했었던 89년 저 당시만 해도 헤비메틀 레이블쪽에서는 에프터스쿨-유이 양(의 허벅지)같은 정말 똘망똘망하고, 패기넘치고, 건강미(?) 넘쳤던 탱탱한 레이블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기억으로 당시 89년 로드런너 레이블 라이센스 런칭1호 앨범이 바로 크림슨 글로리의 저 데뷔앨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배급사는 지구레코드.


양자경 누나의 괴상망측한 액숀영화 '실버호크'를 보는듯한 마스크의 당혹감은 89년 저팀을 처음 만났을때도 여전했었습니다. '아니, 횽들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참나..일단 들어보기는 할께요..쳇'거리며 LP판위에 바늘을 올려놓고 플레이를 시키는순간 크롬으로 도금을 한듯한 저 가면처럼 귓속에서는 그야말로 맛있는 쇳소리들이 뚜껑닫아놓고 라면끓였을때의 부글부글 거품처럼 마구 넘처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씨발존나조쿤!!


공명감이 마구마꾸 느껴지게 팡!팡! 때려주시는 쌍팔년도 드럼사운드에, 기름기 쫙뺀 닭가슴살같은 헤비기타, 가로등도 (당연히 없는) 중세 북유럽 새벽길을 걷는듯한 기타 아르페지오,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도 다 찢어버릴 기세로 질러주시는 하이(니미) 쌰우팅 보컬! 오오오 이거슨 내가 앞으로 평생 좋아(해야)할 장르의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그 당시 여긴어디나는누구? 음악의 망망대해를 개념 못 챙기고 멍때리고 있던 저에게 넌 이딴 식의 (죽이는) 음악을 들어라! 라고 계시를 내려준 북극성같은 앨범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의 고향의 좌표가 바로 이 앨범이었습니다.


이웃블로거 포커스님을 통해 이 밴드의 보컬 '미드나잇' (이름 참 멋지다!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의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소식으로 멍때리고 있다가 또 상대팀에게 1분만에 어이없이 또 골을 허용한 골키퍼의 심정입니다. 올해는 왜 이런걸까요? 섭섭한 일만 잔뜩이네요.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전기, 후기로 나눌때 뭔가 좀 치열하고, 실험적이고, 독창적이고 아무튼 뭔가 달라보였던 신선함으로 밴드의 전기(前記)를 꾸며간다면 후기(後記)에서는 전기의 그 소스를 발판삼아 좀 더 대중적으로 더 잘팔리는 돈맛의 유도리도 배워가는 과정으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밴드들을 보아왔습니다만 디페시 모드라는 이 팀은 독특한 그 반대의 케이스로 기억합니다.


80년대 신나게 흘러나왔던 뉴웨이브, 신스팝 밴드들중 하나로 '음, 신나고 즐겁긴 하지만 앨범을 사주진 않겠어요, 너무 가볍잖아요!'로 외면을 해오다가 만난 이들의 90년대 앨범들의 진(지한 변)화는 정말 깜놀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까지 같이 실컷 술쳐마시고, 춤추고, 담배피던 친구가 느닷없이 어..나 철학과 다녀__라는 말을 들으며 재회를 할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첫 인상은 재수없었지만 놀랍게도 그 진(지한 변)화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90년대 진지-다크-일렉트로닉 4앨범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저 'Ultra' 앨범은 'Violator' 앨범다음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하루키 아저씨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디페시모드 역시 30여년간 꾸준하게 성실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저처럼 생업과 관련되어 있길래 싫던, 좋던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30여년간 꾸준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때문일까? 아무튼 새 앨범만 낸다고하면, 냈다고하면 개나 소나 다 꼭 한 마디씩은 해줘야 대세동참, 쿨가이, 쿨보이, 콜걸인척 주목받기 좋은 앨범보다는 디페시모드처럼 나온지도 모르게, 하지만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채워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재능을 팬에게 시험받는 앨범들이 관심이 더 갑니다.












레코드샵에서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한다면 혼자서 CD를 사오면서 들어왔다면 만나기 쉽지 않았을 음악들을 아주 쉽게 들을 수 있었던 기억이었습니다. 맥스웰이라는 이 친구도 그랬습니다. 유난히 당시에 예쁜 언니들이 이 맥스웰의 앨범을 많이 사가더군요. '도대체 뭐길래?'의 호기심으로 들어본 순간 예쁜 언니들이 좋아할만한 매력이 분명히 이 앨범에는 들어있었습니다. 편안하고, 세련되고, 적절한 섹시함을 저녁무렵 옆집 된장찌게 냄새처럼 스물스물 풍겨주고...Urban Soul Music 이라는 표현에 꽤나 큰 공감을 가질 수 있었던 앨범이었습니다.


날씨가 참 축축한데 뭘 틀어도 눅눅할것 같고, (미친 척하고) 대놓고 축축한 -실컷 비 내리고 난 밤 아홉시 길거리같은- 이 앨범을 들고와서 플레이를 시켜보았습니다. 이에는 이인가 꽤 약발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주로 여성동지를 앞에 앉히고 작업질을 스탠바이 하면서 플레이를 시켰던 기억들이 드라마의 지난 줄거리! 본편이 시작되기전 보여주는 화면들처럼 샥샥 지나갑니다. 아 그런 적도 있었지...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고, 여자도 여자마다 다르고, 음악도 음악마다 다르고, 날씨도 날씨마다 나르고 뭐 하나 나랑 맞는게 없어서 지칠 때도 있습니다. 나랑 맞는게 없다는 재미가 즐거움으로 느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다르다는 점이 불편하고 쵸큼 귀찮습니다. 익숙한것만 갈수록 좋아지는게 나이먹어가는 풀코스 요리의 첫 번째 메뉴인건가 싶어서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동성친구는 됐구요. 편안한 이성친구와 맥스웰의 이 앨범을 들으면서 편안한 포옹 한번 나누며 우리는 그래도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거다고 다독거리고 싶은 축축한 요즘입니다.














여름을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나 아스팔트를 후라이팬으로 만들어버릴듯한 선샤인이 온동네를 달구고, 익히고, 지지는 천진난만한 무시무시함을 참 좋아합니다. 이 무렵에는 참 들을만한 음악이 많습니다. 80년대 팝음악은 물론이고, 80년대 락음악은 물론이고, 스티비원더의 이 앨범도 그렇습니다.


그 중심에는 'Boogie On Reggae Woman' 이라는 초특급 에이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일당백을 상대할 수 있는 엘지의 봉중근 투수같은 든든함을 자랑하는 트랙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트랙들에서 더욱 이 앨범에 대한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듣는 재미의 촘촘함은 그냥 한번 1번부터 플레이 시키다보면 주-욱 마지막 트랙까지 슬라이딩 해버리는 여름날의 물놀이 공원의 물미끄럼틀같은 순식간과 비슷합니다. 격하게 흔들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퇴근하고 비빔국수를 만들면서 틀어놓으면 저절로 대가리가 오리대가리나, 오리궁뎅이처럼 씰룩씰룩거리게 만드는 앨범입니다.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스티비 원더 선생님을 Eve Angel이 출연하는 포르노만큼이나, 일요일날(만) 혼자서 돼지처럼 코박고 쳐먹는 도미노 피자만큼이나, 홍대앞 KFC치킨만큼이나, 요즘 해질 무렵 목구멍이 찢어지도록 시아시가 기가 막히게 된 캔맥주 마시는 것만큼이나 좋아합니다. 다만 그동안 스티비 원더 선생님의 초극강 명반인 70년대 앨범 5장이 라이센스로 출시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오랜 세월 어이없어 해왔었는데, 최근들어 기가막힌 라이센스 가격으로 스티비 원더 선생님의 70년대 우월한 명반 5장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꽤나 정치적인 색깔이 꽤나 강했다는 이유도 포함하여 70년대 명반 5장이 라이센스가 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스티비 원더하면 80년대의 -레이찰스 선생님과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로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모습과 노래만을 기억하게 되는 호감의 출발점이었습니다만, 박스세트로 나온 앨범을 예전에 구입해서 초기 곡들부터 차근차근 듣게 되었을때의 신세계 교향곡은 "여긴어디? 나는 누구? 오씨발 다 사야겠어!" 지름질 박음다짐의 시작이었습니다.


80년대로 넘어오시면서 완벽하게 전자음악만을 만드시면서, 퀸시 존스 선생님의 천재성에 바통을 넘겨주시는 듯한 섭섭함을 감출 수 없지만 아무튼 70년대 이 무렵의 스티비 원더 선생님의 저 앨범속의 천재성들은 훵크, 레게, 발라드등 70년대 흑인 음악이 보여주었던 가장 세련되고, 우월한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타운 레이블의 50주년 기념으로 재발매 된거라고 합니다. 보통 두어줄 읽다가 시시한 냄새가 나면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었는데, 이 앨범속에 들어가있는 해설지의 내용은 아주 좋았습니다. 스티비 원더 선생님뿐만 아니라 꽤나 적지않은 흑인 마스터피스 앨범들이 또 나올것 같은 즐거운 기대를 해봅니다.












전에도 말한적 있습니다만 웃었다 앨범후 울었다 앨범을내는 똥구멍에 털나는 앨범 발매공식을 보이고 있는 자우림의 (보시다시피) 울었다 앨범입니다. 무시무시하게 현실적인 우울함과 외로움을 담고 있는 앨범이라서 아플때 먹으면 잠 잘오고 효과좋은 감기약같은 특효가 있습니다만 평상시 기분이 몹시 즐거울때 이 앨범을 듣는다면 사정직후에 아무리 애써도 발기안되는 머 그런 무의미한 행동이 되겠습니다.


자우림의 'Ashes To Ashes' 6집 저 앨범은 3년을 제 마음속에서 싹이 터서 잎이 퍼지고 꽃이 되어버린 최근의 너무나크게 잘 자란 예쁜 '지름꽃' 입니다. 3년을 사야지 사야지 밍기적 거리며 다른 앨범들을 산다고 밀리고 밀렸지만 제 마음속에서죽지않고 결국 꽃을 피워 지난 주말 향뮤직에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CD와의 인연이 사람 사는 인연과 꽤나 거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놓고도 정이 식어가는 CD는 -살때는 불같은 사랑에 빠져 일을 '저'지르게 되지만 인연이 아니어서 결국 등을 돌리게되는 연인처럼- 점점 안듣게 된다는 것이고, 마음속에 오래동안 계속 생각나고 맴돌고 하는데도 다음에 사자고 다독거리기만 하다가 결국 그 CD를 사게되면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되는 CD가 있습니다. 사놓고 정이 안가는 CD는 일년에 혹은 앞으로 언제 들을 지 알수없는 무심한 막막함이지만 오래오래 마음이 가는 것을 참다가 결국 사게된 정이 가는 CD는 이제야 내 인연을 만난듯한 편안한 안도감이 한 겨울 우리집 이불속입니다.


서울로 오게된지 9년이 되어갑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끔 생기긴 해도 즐거울 확률, 행복한 확률이 지금보다 올라가진 않을것 같아서 가끔씩 서울에서 사는 게 참 팍팍하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에 지치고, 나보다 잘사는 사람에 지치고, 나보다 잘버는 사람에 지치고, 나보다 다른 사람, 나보다 다른 세상들과의 충돌때문에 지칠때가 있습니다. 아마 난 안될거야...(ㅋㅋ) ...라는 증상을 가끔 앓아오다가 (이제서야) 결국 구입하게된 자우림의 저 앨범은 진작 살걸 후회드는 훌륭한 진통제입니다.











처음에는 포르노잡지나, 포르노 비디오를 처음 볼때처럼 이상하게 뒤돌아서면 또 보고싶고, 듣고싶은 호기심으로 출발했던 락음악에 대한 첫 경험이 어느 순간이 지나고부터는 화날때 들으면 가장 효과가 탁월하다는 제 몸의 반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을 준지 20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화날 때의 상황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누구나 그렇겠지만) 화를 냈던 이유는 소통이 되지 않았을때 였던것 같습니다. 말이 안통하는거...부모님과도 그랬고, 연인과도 그랬고, 선생님과도 그랬고, 군대와도 그랬고 말이 안통할때가 가장 많이 화가 났던것 같습니다.


맨슨의 저 앨범이 나왔을때의 저 무렵에 가장 저를 화나게 만든 일은 레코드샵에서 서서 일하면서의 장시간 근무의 피곤함과 벼나별 젖같은 손님들의 접대였습니다(사람과 소통 해야만 하는 직업은 정말 피곤합니다).  그럴 때 맨슨의 저 앨범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 들었을때의 느낌은 홍대에서부터 똥마려워서 식은땀나게 집까지 뒤뚱거리며 똥참다가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변기에다가 부당탕탕!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엔진소리처럼 우청차게 한방에 똥 토해낼때의 후련함 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요즘 또 슬금슬금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출근하면서 맨슨의 저 앨범을 들고 나왔습니다. 찬란한 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이 바닥 중원의 불멸의 히트곡 '아름다운 사람'은 둘째치고라도'Irresponsible Hate Anthem'과 '1996'은 여전히 그 무렵 쾌변(!)의 추억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후련합니다. 놀랍도록 비슷한 한 형제같은 외모가 공통점이겠지만 한 사람은 소통의 비상구를 제공해 주었던 그 시절 제 청춘의 추억을 즐겁게 플레이 시켜주었다면, 한 사람은 소통의 비상구는 커녕 분통의 방화범입니다.



 


4집이라고는 하지만 신곡과 구곡이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섞여있는 앨범이라 구입전부터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1,2집이 발매되었을 당시부터 백두산을 들었던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그도 좀 이해가 갈듯합니다. 나름 영리한 구성이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드는 편입니다. 오우, 횽들아 'Up In The Sky' 먼가요? 쵸큼짱인듯!의 반응이 꽤 많이 나오더군요. 올드팬으로서야 살짝 실망스러운 구성이긴 합니다만 영보이들에게 신선한 자극도 될법하다는 생각이니 어쨌든 양념반, 후라이드반 뭐 나쁘지 않습니다.


정식 4집이다보니 뭐 5집이 언제 나올지는 기약할 수 없는 것일테고, 당분간은 4집의 이 앨범으로 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일텐데 아무래도 1,2집 당시의 날카로움을 거의 20년만에 다시 재결합한 팀에게 (뻔뻔하게) 바라는 것은 무리일테고, 신곡을 듣다보면 이모저모 허술한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아쉬움은 유현상표 특제 순도 100% 쇳가루 쌰우팅 + 김도균표 우렁찬 불(火)오바이트 피킹 기타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Nothing Else Matter가 됩니다.


확실히 유 "쇳가루 쌰우팅" 현상 형님과 김 "불(火)오바이트 피킹" 도균 형님은 서로 같이 붙어있어야 멋진 (헤비메틀) 음악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온 우리 나라 헤비메틀 밴드중 최고의 보컬+기타 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맙소사! 20년만에 다시 들고나오신 앨범이 '또' 헤비메틀입니다. 이 장르, 저 장르 아리까리 깅가밍가 '뭘 하고 싶어하는 건데?' 라고 묻고 싶은 다른 국내 락밴드에 비해 너무나 매력적인 뚝심입니다. 글쎄, 난 한결같은게 좋더라구요. 아참, 가사가 조금 건전가요티컬하거나 단순하긴 한데 말입니다. 뭐..헤비메틀이 그런거(=가사를)...막 심각하게 따지고 언제는 그랬었나뭐? 형님들 그냥 달리는 겁니다. 2009 DA2GORO Album of the Year Nominies!!!







그러니까 스틸하트라는 밴드는 처음부터 많이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들어볼려고 다가가면 모두가 '쉬스곤'을 외쳐댔던 호들갑 때문에 지금까지도 몇곡 말고는 들어볼려고, 정을 붙이려고 시도조차 아직 안하고 있는 밴드중 하나입니다. 헛 그런데, 생각보다 꾸준히 내려주고 있는 사무실 창밖을 비를 보고 있자니 뜬금없이 이 스틸하트의 이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글쎄 이상하게 '쉬스 곤'은 여전히 의정부 306보충대처럼 지긋지긋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이 곡은 완전 그 반대로 자꾸 정이 갔습니다. 처음에 듣고는 너무나 팝적인 곡이길래 '어우, 뭐하시자는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되겠다 싶었는데, 이 노래 한 곡 좋다고, CD 1장 사기가 정말 망설였었는데 이렇게 집요하게 후회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냥 그 때 살걸...그 때도 분명히 나중에 못사서후회 할것이다 예상을 했었는데 결국 지금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을 고백할때도, CD를 살때도 다 때가 있는 법, 그러게 그 때를 놓치면 언제나 후회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니깐요...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만큼이나, 그리운 CD를 그 때 사지못한 아쉬움은 그 그리운 노래가 나올때마다 그리워집니다.











그러니까 그 90년대말의 국내 음반 배급사들중 특히 지구레코드와 서울음반이 눈물나게 고마웠던 점이 하나가 있었다면 만원을 채 넘지 않았던 아름다운 가격(특히 지구레코드)과 일본의 Victor 레이블 앨범들을 그대로 라이센스했었던 서울음반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생각해도 이 당시가, 요 무렵이 헤비메틀 앨범 라이센스 발매의 가장 초절정,오르가즘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발매됬던 다 사지 못했을 정도로 좋은 앨범들이 상당히 많이 발매가 되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W,A.S.P의 저 앨범은 93년무렵 LP로 샀음에도 불구하고 '말리지마, 난 지를거야!' 묻지마 지름질을 저질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W,A,S.P 초기앨범들을 Re-Issue 화 되어서 Victor 레이블에서 발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툭하면 1장의 CD를 두장 가격에~ 1장을 사면 DVD가 1장더! 등등 덤태기 패키지가 흔한 상태지만 저 무렵의 Re-Issue 앨범은 나름 굉장히 신선했었습니다. 2장의 CD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1장은 정규앨범, 나머지 한장은 미공개 라이브 트랙으로 꽉꽉 눌러담긴 구성이습니다.


안그래도 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1장더 들어있었으니 바로 W.A.S.P의 Re-Issue 앨범들을 한키에 싹쓸이 지름질을 해버린후의 머리속에 흐르는 산바람같은 상쾌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빨리 집에가서 들어보고 싶은 두근거림은 여자친구와 모텔들어가기 직전의 스릴넘치는 설레임과 비교할만 했습니다. 칼로 비닐을 한장씩 벗기고, 푸짐하게 들어있는 부클렛을 넘겨보는 재미, 그리고 푸짐하게 2장씩(이나!) 들어있었던 시각적인 포만감!!! 기분좋은 감동의 2런홈런!!


이웃블로거 focus님이 선물해주신 앨범 한장때문에 요즘 W.A.S.P의 앨범들을 간만에 다시 꺼내서 듣고 있습니다. 항상 월요일날 출근후 듣는 음악의 선택은 야구에서 투수가 맞이하는 1회처럼 굉장히 부담스럽기만 한데, 축축한 월요일 오전의 W.A.S.P의 "Crimson Idol"  저 앨범은 아주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자비없는 마인드 게임이 가득한 인간관계 배틀의 한 주가 또 시작되었다는 살벌한 현실감에 아찔하지만, 추억을 추억할 수 있을뿐만이 아니라, 추억을 지금 바로 재생(PLAY) 할수있다는 CD가 주는 따뜻한 현실감으로 어쨌든 살벌한 한주를 또 버텨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웃블로거 focus 님이 선물해주신 W.A.S.P의 "The Neon God Part.2 - The Demise" 앨범을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기보다 더 싫은 오늘 저녁 야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W.A.S.P 의 앨범은 초기작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라고 나불대는 편이긴 합니다만 근래에 나온 -예전과 달리 진지한 냄새를 꽤나 많이 풍기는- 후기 앨범들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 물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양자택일이라고 한다면 어째됐건 초기 앨범쪽이 더 정이 간다고 하겠지만 말입니다. (아~어쩔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앨범이 얼만큼 좋아졌냐하면 전작인 The Neon God Part 1: The Rise" 앨범을 사고 싶어지는 지경까지 왔을만큼 입니다. 이상하게 후기 앨범들에서 꽤나 자주 컨셉앨범들을 발매를 해주고 계신데, 이상하게 이게 귀에 잘 먹히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8척 장신 Chris Holmes 아저씨는 어디간걸까? 나가시고 들어온 새로운 기타리스트인 Darrell Robets 의 기타도 이 앨범속에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CD를 열었을 때 정신 못차리게 좋아하는 전곡 가사 해설이 있는 해설지도 들어 있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이 밴드의 거의 브레인인 블레키 로리스형의 "에, 내가 왜 이 앨범을 기획하고, 만들었냐하면 말이지..." 의 작가(!)의 해설까지 친절하게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 몇번이나 제 블로그에서 말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감상을 주르르 써놓은 시덥지 않은 음악평론가 앨범 해설지보다는 이렇게 깔끔한 한글 가사번역이 훨씬 앨범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놈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20여년이 넘도록 앨범을 이렇게도 꾸준히 내어주고, 밴드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밴드와는 달라도 뭔가 다른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일텐데, 그 무언가는 그냥 이 앨범 한번 들으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계속 뭔가를 만들고 싶으니까 앨범을 내는걸테고, 계속 듣고 싶어하니까 팬들은 당연히 사주는 겁니다. 공평한 관계. 동등한 관계입니다. 여전히 W,A.S.P는 현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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