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발매된 'Rise from Ashes' 앨범을 듣고는 Galneryus 라는 밴드와 함께 Loudness와 X-Japan 이후로 다시 한번 일본 메틀 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데 큰 기름(!)을 부은 Concerto Moon 의 2010년 발매된 새 앨범입니다. 보통 CD가격의 2배를 건드리는 건방진 가격에 약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사봐야 얼마나 사고,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_-) 인생 뭐 있나 구입하기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사실 구입하고 싶은 일본 밴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주로 아마존 재팬을 건드렸었지만 이웃 트위터이자 블로거 1976 님의 친절한 조언에 HMV 사이트에서 첫 결재를 했습니다. 배송료나 배송기간이나 아마존 재팬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기웃거려봐야겠습니다.


밴드의 수장인 기타리스트 Norifumi Shima 는 전작인 'Rise from Ashes'앨범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전작 활동 이후 바로 자신의 솔로 앨범이 제작이 들어가고 솔로 앨범이후 뭔가 새로운 영감을 잡았는지 이번 새 앨범에는 지만 빼고 싹 바꿔버리는 (놀랍게도 키보드도 빠진) 심플한 4인조 구성의 Concerto Moon 밴드 리뉴얼을 해버립니다. 결과적으로는 저는 이 리뉴얼이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도대체 일어로 부르는 건지, 영어로 부르는 건지 조차도 알 수 없었던 부정확한 발음의 이은미 동생같은 창법의 보컬은 나가고 어느정도 가사가 영어인지 일어인지는 구분할 수 있는 보컬이 들어온 점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입니다. 솔로 앨범도 그랬듯이 이 잔이 식기전에 저 적장의 목을 따고 오겠소라고 말하며 적진에서 무시무시한 창 질을 해대는 관우를 보는듯한 Norifumi Shima 의 기타는 키보드가 멤버가 빠진 4인조 편성으로 인해 더욱 직설적으로 들리고 시원시원합니다.


초회판 한정은 보너스 DVD가 들어있습니다. 3가지가 들어있는데 1. (코믹한 장면이 곳곳에 나오는) 새 앨범의 스튜디오 녹음 과정을 찍은 홈 비디오 2. Norifumi Shima 의 새 앨범에 관한 기타 플레이 코멘트 3. 수록곡 Angel Of Chaos 프로모션 비디오













사랑을 지나서 정을 지나서 이제는 의리로 산다는 부부들의 수다에 피식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이 쌓여야 정이 되는거고, 정이 쌓여야 의리가 되는 거니까 그런 말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크래쉬도 1994년의 저에게는 그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 팀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다른 헤비메틀 팀들과 비교가 곤란할 정도로 (무대는) 세련되었고, (연주력은) 월등했으며, (팀 컬러는) 우월했다는 게 사랑에 빠진 이유였습니다. 크래쉬에 대한 사랑이 정으로 변한건 이후 나온 앨범들의 꾸준한 만족감 때문이었습니다. 자 이제 정에서 의리로 변하는 단계!



94년에 만난 이 밴드의 데뷔앨범 LP와 CD는 2014년이 되면 같이 살 게 된지 20년이 됩니다. 그리고 20주년을 4년 앞둔 시점에서 이 밴드의 6번째 앨범이 7년만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시간들이 숫자 몇 개로 허무하게 요약됩니다만 우리나라 밴드 역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밴드 히스토리입니다. 20년이 되어가는 국내 헤비메틀 밴드가 몇 팀이나 있습니까? 7년만의 새 앨범이 나오기전까지 꾸준한 공연 그리고 팬으로서 꾸준한 관람은 크래쉬라는 팀을 좋아하면서 이제는 의리로 산다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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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의 7년만의 새 앨범은 살 사람은 당연히 살 것이고, 사지 않을 사람은 당연히 (시끄러워서) 안 사겠지만 크래쉬의 팬들에게 그리고 스래쉬의 팬들에게 '여전히' 훌륭하게 어필할만한 앨범입니다. 특히 원년 멤버인 윤두병의 재가입과 그로인한 곳곳에서 잘근잘근 차근차근 빈틈없이 정확하게 난도질하는 파괴감속에 들려오는 그루브감 넘치는 솔로는 '맛'있습니다. 삼겹살을 먹고 넘기는 소주처럼.



좋다, 덜 좋다, 안 좋다, 싫다 등등의 문제를 떠나서 7년만에 발매된 크래쉬의 새 앨범을 들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느낌은 이렇습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 이 검을 놓지 않겠다라고 읖조리며 끝없이 한국의 거친 헤비락 씬의 실망스럽고 괴로운 현실들과 사투를 벌이며 걷고 또 걷고, 베고 또 베고있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작품 속 '무사시'같았습니다. 나타나기 무섭게 사라지고, 사라지기 무섭게 이상한 음악한다고 다시 나타나는 시시한 칼잡이들 속의 레알 '무사시'



미국에서 영국에서 빌보드 챠트에서 그리고 헤비메틀 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국내 밴드는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고, 계속 사라질 것 입니다. 사랑이 쌓여 정이 되기도 전에 사라지는 밴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입니다. 어느새 좋아하는 감정이 의리가 되어버린 7년이 지났어도 한결같은 크래쉬가 저는 그래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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